어린왕자 1
문구점주인의 세계명작 읽기
by
조옥남 Ayuna
Feb 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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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가끔 묻는다.
“이 연필로 그림 그려도 돼요?”
어른들은 다르게 묻는다.
“이 연필, 잘 써지나요?”
같은 연필 앞에서
질문이 달라지는 순간을
나는 문구점에서 자주 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손에 쥔 것이 달라지는 일이 아니라,
연필을 바라보는 질문이
조금 바뀌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왜 보아뱀을 모자로 볼까
이 책은 아주 이상한 고백으로 시작된다.
화자는 말한다.
어릴 적 자신이 그린 첫 번째 그림은
어른들에게 전혀 이해받지 못했다고.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
아이의 눈에는 분명 살아 움직이는 상상이었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모자”라고 불렀다.
그래서 화자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어린 왕자〉 전체를 관통하는 첫 번째 문이다.
어른은 보아뱀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우리는
무언가를 볼 때 늘 조건을 단다.
이게 쓸모가 있는지,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
아이의 상상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접힌다.
어린 왕자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조용히 질문한다.
당신은 아직
보아뱀을 보아뱀으로 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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