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 1

문구점에서 읽는 세계명작

by 조옥남 A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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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속에 서 있는 사람

“그는 패배했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늘 승리하고 있었다.”


문구점 문을 열면 작은 종이 짤랑 짤랑 울린다.
하롱베이 여행에서 기념으로 챙겨온

베트남전통모자 아래 만들어진 하얀 종이다.


그 소리는 늘 가볍지만, 기분좋은 울림이다.
오늘은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세상에는 크게 울리지 않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아큐는 그런 사람이다.
마을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중심에 세워주지 않는 존재.

그는 가진 것이 없다.
학식도, 재산도, 지위도 없다.
그 대신 그는 하나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패배한 순간을
머릿속에서 승리로 바꾸는 기술.

맞고 돌아서면서 그는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더 위다.”
조롱을 당하고도 속으로 중얼거린다.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해.”

사람들은 그를 비웃는다.
우스운 인물이라고, 한심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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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웃음이 잦아들 즈음,
독자는 알게 된다.
이 인물이 단순히 우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자존심이 마지막 남은 재산인 사람이다.
아무것도 지킬 수 없을 때,
자기 해석만은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

아큐를 읽는 일은
누군가를 비웃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위태롭게 버티는 존재인지
마주하는 일에 가까운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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