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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윤 Aug 25. 2022

울자나스 레이드

심판의 결정적 오심은 누가 책임지는가

이미 서부극 영화가 쇠퇴기를 맞이한 1970년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서부극 영화가 '울자나스 레이드'(Ulzana's Raid/1972년)다. 영화 내용은 간명하다.


인디언 보호 구역을 탈출한 아파치족 추장 울자나와 그의 무리. 그들은 백인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간다. 실제로 정착촌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한다. 이에 기병대는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드뷔인 중사(브루스 데이비슨 분)를 중심으로 추적대를 편성해, 그들을 뒤쫓는다. 추적대에는 인디언을 잘 이해하는 베테랑 정찰병 맥킨토시(버트 랭카스터 분)와 울자나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인디언 케니테이(조지 루크 분) 등이 합류한다.


추적대는 울자나 일당이 저지른 참혹한 현장에 할 말을 잊는다. 사실 아파치족, 혹은 인디언만 잔인한 것은 아니다. 애초 기병대나 백인에 의한 인디언 학살이 그 시작이니까. 백인과 인디언은 서로 믿지 못하고 증오한다. 함께 추적하는 케니테이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영화는 케니테이가 울자나를 사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드뷔인은 울자나의 사체를 끌고 돌아가자는 백인 부하의 말을 무시하고 묻어주려고 한다. 그러자 케니테이는 울자나는 자기가 묻어주겠다고 말한다. 시체만큼은 인디언이 묻어줘야 한다는 것. 역설적으로 백인에게 빼앗긴 땅에 묻히는 것이지만.



영화는 기병대의 야구로 시작한다. 아파치족의 동향을 살피는 기병대가 머무는 황야에서 기병대원들은 야구를 즐긴다. 마운드에 선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석에 선 타자가 그 공을 지켜본다. 주심을 맡은 드뷔인 중사는 "스트라이크!"를 선고한다. 그런데 드뷔인 중사는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전령에 한눈을 팔았다. 즉, 투수의 공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것. 그 결과, 2구와 3구의 판정도 오심으로 이어진다.


포수가 바깥쪽으로 크게 빠진 공을 잽싸게 미트질한 2구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타자와 공격 측은 항의하지만,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계급장이 벼슬인 것. 반면, 3구는 다르다. 멋지게 들어온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한다. 이에 포수는 "이게 어떻게 볼이냐?!"며 볼멘소리를 하려고 하지만, 크게 화를 내지는 못한다. 계급장 떼고 대들기는 어렵다.


심판의 오심(그것이 의도적인 오심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비디오 판정 등으로 심판의 오심을 바로잡을 여지가 있지만, 여전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심판은 자신이 순간적으로 보지 못했다고 해도 일단 판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판정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해도, 그럴 때도 누가 봐도 확신에 찬 듯한 몸짓과 말을 통해 나타내는 게 기본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우물쭈물할 경우, 경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순간 손해를 본 팀은 물론, 이득을 본 팀도 관중도 심판의 판정을 믿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오심은 인간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판정 자체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이해받을 여지가 전혀 없다. 또한, 오심도 비디오 판정이 아니더라도, 다른 심판과 상의해 번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필드가 아닌 실제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심판과 같은 존재(강대국이나 권력자 등)가 "쟤는 나쁜 놈이다"라고 선언한다면, 그것이 절대적 진리일까. 그래서 이 영화는 서부극을 빌린 베트남 전쟁의 우화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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