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파에톤
호감이 가는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존재가 빛이 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과도하게 포장하려고 한다. 때로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혹은,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내가 누군지 알아?’ 라든지, 자신이 내세울게 없다고 판단된다면 ‘내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을 하곤 한다. 유명 배우의 아버지, 유명 작가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므로.
얼마 전 래퍼 A씨는 ‘내 아버지가 누군지 아느냐?’라며 음주운전과 폭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의외로 자신이 래퍼이며 유명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달라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파에톤의 추락' _페테르 파울 루벤스 <출처 네이버>
태양마차를 끄는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은 친구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태양의 신이라는 걸 믿어주지 않자,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 아버지에게 태양마차를 한번만 끌게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사실 말이 부탁이지 어린아이의 떼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친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태양마차를 가까이 끌고 간다. 거리가 너무 멀어 친구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일로 그가 살고 있던 마을은 불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사막이 생겼다. 이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제우스에 의해 파에톤은 태양마차에서 추락하게 된다.
여기서 잘못한 건, 파에톤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헬리오스는 이런 일을 예측할 수 있지 않았나. 조금만 궤도를 벗어나도 땅이 불에 타거나 얼어붙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일로 결국 헬리오스는 사랑하는 아들 파에톤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은 내가 가진 권력을 나누어주는 일이 아니라 겸손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차를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파에톤’이라고 한다.
내가 아닌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싶은 마음은 무얼까. 나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상태, 무엇도 내세울 게 없는 상태 아닐까. 요즘엔 유명 연예인의 자녀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이 많다. 그것을 보며 내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유명인인 그 부모를 둔 그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아버지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스스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야만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미성숙한 자아는 자신보다 큰 나무를 동경할테니 말이다.
큰 나무 아래에 살수 있다는 건, 큰 태풍은 피할수 있을지라도 그 그늘로 인해 크게 자라지 못하는 작은 나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