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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Dec 02. 2021

의지력이 약한 사람

난 아직도 졸렵다



난 아직도 졸렵다.


난 기면증환자이다. 내 삶은 기면증이 발병했던 17살때부터 이미 죽어있는 것 같다.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처럼 위태롭기 때문이다. 기면증이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잠이 많은 병이라는 것이지만, 기면증의 증상은 잠뿐만이 아니라 4~5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물론 사회생활에 가장 문제되는 것은 잠이다.





기면증 환자들은 대부분 잠을 참지 못한다.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기면증 환자중에도 어느정도 잠을 참을 수 있는 일부분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가 그렇다. 나는 발작적으로 잠에 드는 일이 거의 드물다. 대신, 환각증세와 탈력발작이 심한 상태이다. _ 탈력발작이란 특정행동(흥분) 상태에서 약 1~2초 정도 몸이 기절하는 상태_ 나는 웃을때 발작이 일어나기 때문에 웬만하면 웃지 않는다. 사실, 나는 웃긴 상상만으로도 발작이 일어난다. 탈력발작과 환각증세는 내게 우울증을 선물했다.


잠을 조절할 수 있다해도 피곤한게 나아지는 건 물론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기면증 환자들의 피곤함을 이해하기 위해선, 일주일정도 약 2~3시간만의 수면을 하면 된단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그렇게 해봤다는 의견이 있을수 있겠지만, 기면증 환자들은 일평생을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잠을 자면 된다고 쉽게 말하겠지만, 그런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 기면증 환자들은 수면제를 먹지 않는 한, 피곤하지만 잠은 잘 수 없다. 매일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기면증환우협회엔 안타까운 사연의 사람들이 많은데 가장 문제되는 건 학생들이다. 아무리 공부를 하려고 해도 잠이 늘 문제이기 때문이다. _실제로 병원에서 준 안내문에 의하면, 집중력을 요하는 직업은 피해야한다고 쓰여있는데, 기면증이라는 병의 특성이 집중을 할때 평상시보다 더 졸리기 때문이다. 헌데 공부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지 않은가?_ 학생들을 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은 '의지력이 약한 아이'일 뿐이다. 선생님 입장에선 엎드려 자든지 꾸벅꾸벅 졸고있든 마찬가지로 자고 있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난 선생님들의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잠에서 깨지 못했는데, 선생님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자고 있으니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기면증인 사람들은 자면서도 말을 다 듣고 있다. 왜냐하면, 정신은 깨어있고 몸만 잠들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면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자고 있다고 일반사람들처럼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니, 기면증 환자가 옆에서 잠들어 있다면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학원에서 자고 있는 자신에게 '쟤는 의지력이 약해'라며 한숨을 쉬며 뒷담화를 하던 선생에게 꼭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의 의지로 잠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건 병이 아니다. 그 말은 마치 당뇨병 환자에게 왜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냐며 몸이 의지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게으른 사람이라 세상의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기면증 환자들은 사실 중증질환자, 암 환자나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산정특례자'의 대우를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사람들이며, 법이 주마다 다른 미국의 경우, 하나의 주에서는 장애인등록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다. 내가 이 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면,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편견을 가졌을테다. 이해라는 건 그렇다. 이해하고 싶지 않을 뿐,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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