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홀린 듯 스타벅스에 간다. 나는 이디야나 투썸플레이스를 좋아하지만 대세를 따르려면 어쩔 수 없다. 나 혼자선 커피 전문점에 갈일도 없으니 자연스레 나는 스타벅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나보다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나는 대부분 투샷이 나오는 커피에 원샷을 더 추가해서 마신다. 그렇게 진한 커피를 마시는 내 입맛에도 스타벅스 커피는 쓴데, 연한 커피를 먹던 사람들도 스타벅스에만 가면 커피를 잘만 마시는 것 같다.
평소에 연한 커피를 주로 마시는 내 주변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에 빠졌을까?지나가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향을 추구한다는 스타벅스, 그래서 로고에 사이렌의 캐릭터를 넣었다는 스타벅스의 영업 방향에 맞게 스타벅스를 지나다보면 커피 향이 참 좋다. 그 향에 사람들이 홀린 걸까? 사실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 향이 아니라 로고에 심취했을지도 모른다. 스타벅스 로고는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더 멋스럽다. 마케팅은 정해진 룰이 없으니 이거나 저거나 어차피 사람들의 이목만 끌면 그만이다.
출처 네이버_ 스타벅스로고 변천사
스타벅스 로고에 새겨진 사이렌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홀리는 바다의 괴물이었다. 고대 신화에선 여자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지고 있던 사이렌은 로마시대 이후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문에 걸맞게 아름다운 인어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바로 그것이다. 신화 속 인물도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 스타벅스 로고도 사이렌의 신화 속 모습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많이 변화했다. 내 생각엔 로고말고 가격이나 바꼈으면 좋겠다.
스타벅스는 로고 뿐만 아니라 커피 가격까지 아주 고급지다. 물론 마케팅에서는 상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가격이 매우 중요하니 상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디야의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와 스타벅스의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는 어쩌면 원가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매장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니 매장에서 마신다면 스타벅스를 이용하겠지만, 매장을 이용하지 않고 테이크아웃을 한다면 이디야가 훨씬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을 한대도 사람들은 사이렌의 로고를 포기할 순 없을 것 같다.
출처 네이버_사이렌과 오디세우스
사이렌은 바다에 살면서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홀려 배를 침몰시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이렌들이 사는 바다 근처로는 항해하지 못하고 멀리 돌아갔지만, 마녀 키르케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한 후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에게 사이렌이 사는 바다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배에 탄 사람 모두는 그녀의 말대로 밀랍으로 귀를 막았지만, 사이렌의 소리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자신을 꽁꽁 묶고 바다를 건넜다. 사이렌들의 목소리에 홀려 풀어달라 애원했지만 결국 무사히 바다를 건널 수 있었다. 자신이 죽을 걸 알지만 홀릴 수 밖에 없을 만큼 유혹적인 건 어떤 느낌일까. 결국 배가 무사히 건너간 것을 확인한 사이렌들은 수치심에 단체로 자살을 하고 만다.
내가 어렸을 적에 내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 있었던 옷 브랜드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얼마 전에 아들과 옷을 사러 갔다가 내 어릴적 그 당시에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브랜드 옷을 사달라는 아들을 보면서 조금 놀랐다. 단지 옷 스타일이 아니라 브랜드도 이미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것 같다. 그 당시에 우리 부모님이 사주지 않던 값비싼 브랜드의 옷을 보며 내 아들은 속된 말로 그런 옷 입으면 찐따가 된다고 말한다. 브랜드도 유행을 따라가나 보다. 어떤 브랜드는 퇴화되고 어떤 브랜드는 선망의 대상으로 변모한다.
예전에 시장에서 팔던 옷에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의 로고만 붙여 백화점에 납품했던 사람이 뉴스에 나와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시장에서는 옷이 볼품없다며 깎아달라 하던 사람들이었지만 백화점에선 고급진 이미지로 불티나게 팔렸단다. 내 아들과 소핑할 때 느꼈던 건 내 아들이 원하는 옷도, 그저 로고 뿐이었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라떼는 스타벅스가 유행이었어'라고 말하면 내 손주들은 '요즘 누가 스타벅스에 가요? 요즘엔 이디야나 투썸가지'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옷 뿐만 아니라 음식점도 유행에 참 민감하지 않던가. 그러면 나는 내 손주들에게 할머니는 예전부터 유행에 민감했었다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엔가 사람들을 홀리던 스타벅스의 사이렌들이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 스타벅스 매장을 외면하고 지나간다면 수치심에 단체로 자살을 할지도 모르지 않은가?
*저는 스타벅스에 개인적인 감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