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의 질투를 일으키는 뭉게구름

by 김소연
오늘아침 인천 송도



이 예쁜 구름은 제우스의 불륜의 증거이자 헤라의 질투의 원인이 된다. 제우스는 지상에서 여자를 만날 때 많은 구름을 몰고 왔다. 하늘의 기상현상을 주관하는 신인 제우스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하늘에서 지상을 바라보던 헤라는 뭉게구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곳에 방문했다. 그곳은 늘 제우스의 불륜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고의 신인 제우스가 매번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불륜을 가렸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자신의 치부를 고작 구름으로 가릴 수 있을까. 그것도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말이다. 다른 신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상대를 기만하는 일에 크게 분노했던 자칭 정의로운 신은 어디에 있나. 비가 필요한 땅에 보내야 할 구름을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했으니 최고의 신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

사실 헤라가 지상을 바라보는 이유는 처음엔 아주 순수했다. 그 일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빠르게 주기 위해서였다. 러던 어느 날 제우스가 뭉게구름으로 자신의 불륜을 가리는 걸 알게 되고선 그녀의 대부분의 일과는 뭉게구름을 찾아 제우스를 감시하는 일로 변질되었다. 그러니 제우스에겐 더욱 큰 구름이 필요해졌고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제우스는 헤라가 지상을 바라보는 이유가 애초에 자신의 바람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는 일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지상을 바라보는 일이 선의였던 헤라에게 그 일은 남편이나 감시하는 일로 바뀌어갔고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던 많은 이들에게 쏟을 사랑이 부족해졌다. 그로 인해 사랑의 신인 헤라에게는 질투의 화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여졌다. 처음부터 사랑의 신인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았을 뿐인데 남편 감시나 하려는 의도로 비쳤으니 내가 헤라였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선의로 행해졌던 일들이 악의였었다 오해받는 상황이 누구든 좋을 리 없지 않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만 뭉게구름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고, 구름이 없다면 바라보지 않아도 될 인간 세상을 유독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랑이 과하면 집착이 되듯, 사랑이 넘쳤던 신 헤라가 질투의 화신이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때론 가리려 애쓰는 일이 더 눈에 잘 띄는 법이다. 구름은 바람을 따라 흘러가게 마련이고 언제든 드러나게 되어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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