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by 김소연



많은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는 지킬 것이 많은 질투의 화신 헤라의 심복이 되었다. 보기만해도 험악한 외모에 수많은 눈을 가진 아르고스, 누구도 그의 눈을 피해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제우스의 정인을 잡아두고 아르고스에게 감시하라 명령하던 헤라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우리는 두개의 눈을 가졌지만 한쪽 눈만 잠드는 법을 알수는 없다. 잠에 들수 있는 건 눈이 아니라 뇌 아니던가.





제우스는 헤라에게 자신의 정인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오를 암소로 만들고 헤라에게 선물한다. 우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그저 바람을 들키지 않는 것 뿐이었을까. 이미 헤라가 모를 리 없는데 말이다. 신들에겐 인류애는 없다. 그저 자신의 체면과 안위가 중요했다. 그로인해 누군가가 다치는 일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헤라의 명령으로 암소로 변한 이오를 감시하던 아르고스는 제우스가 이오를 구하기 위해 보낸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에 모든 눈이 감기고 죽임을 당한다. 어쩌면 아르고스는 그 이전에도 헤라의 명령이 있을 때마다 잠을 자지 못해 그저 눈만 번갈아서 감고 피곤함을 달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작은 유혹 앞에서도 스르륵 감기는 눈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렇게 뜬 눈으로 시간을 견뎌내던 아르고스는 자신의 기본 권리를 주장할 새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큰 덩치의 괴물도 잠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상황이 헤라가 슬피 우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이 이야기는 조금 더 아름다웠을 것 같다.





어이없는 상황은 늘 피곤했던 아르고스의 눈이 다 감기기 전에 일어났다. 헤라는 사랑하는 자신의 심복 아르고스를 그저 편하게 잠들게 놔둘순 없었을까.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이 다 감기기 전, 다 감기지 않은 눈을 떼어 공작에 붙여준다. 결국 헤라는 죽은 아르고스를 위한다는 말로 살아서 고통받았던 그 눈을 영원히 감을 수 없게 만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면 그 마음 만으로 되지 않는 일도 분명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마음이 전달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처받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나는 그럴 의도는 없었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의도와 상관없이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없을까. 그저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에게 상처 받은 이를 달래줄 수는 없는 걸까. 사과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은가. 어쩌면 사람들은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 배웠으니 죄책감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선한 의도의 일에 악한 결과가 있을수 있다.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는 아르고스의 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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