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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달 Mar 18. 2022

뜻밖의 내 집 마련

2021년 6월 13일 주일



민간 임대 아파트 분양 전환


  우리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민간 임대 아파트에 산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이래 직장 근처인 이 동네에  줄곧 살았다. 남편은 나와 결혼하면서 이런 동네도 있구나 싶었다던 이곳에 새롭게 정착했다. 2018년 결혼 초기에는 전에 나 혼자 살던 LH 원룸에 살아도 넉넉했지만, 자녀 계획을 생각하면서 조금 더 넓은 곳을 찾아보다가 지금의 34평 집에 전세로 들어왔다. (8평 원룸에 살다가 34평 아파트라니. 조금 더 넓은 게 아니라 쪽방에 살다가 대궐로 급 승격한 수준이다.) 그게 2019년 11월 말이다. 당시 계약한 전세금은 1.7억 원이었다.


  이사 들어와 산지 1년 남짓 지난 어느 날이었다. 태명이 '축복'이었던 딸이 태어난 지 백일도 채 안 된 어느 날, 실로 축복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건축 10년 차에 분양전환 예정인 우리 아파트가 동대표 분들의 노고 덕분으로 5년 차인 지금 조기 분양전환을 한다는 거다.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세대 중에서 우리처럼 자가가 없는 무주택자들만 분양전환이 가능했다. 1.7억 전세금 내고 들어온 (곧 근처에 기차역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34평 아파트를 2.5억에 분양한다는 거짓말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는 집도, 다른 집을 살 돈도 없으면서 뜻밖에 뜨뜻미지근했다. 우리 아파트? 하자 있는 세대도 많을 거고, 브랜드 이미지가 별로야. 집 사면 이사 가기 어려운데, 여기에만 평생 살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뭐, 기차, 지하철 역이 생긴다고? 그건 엄청 옛날부터 나온 얘긴데 지금 역 생길 싹이라도 보이나? 화물열차 지나다닐 철길만 우람한데. 어쩌면 기업에 급전이 필요해서 조기 분양전환하는 건지도 모르지.


  사실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그놈의 '청약'에 대한 막연한 미련이 있었다. 앞으로 더 좋은 지역에 청약 넣을지도 모르잖아? 무주택자가 아니면 청약 당첨은 거의 어려울 텐데.' 하는 생각이 분양전환 신청을 망설이게 했다.


  딱히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고 생각하고 있는 청약 지역도 없는 데다가 추가점이 크다는 다자녀 가구도 아닌 우리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집을 분양 받음으로써 무주택 자격과 점수를 잃을 것이 아쉬웠다. 언제일지 모르나 언젠가는 들어갈, 마음속에 신기루처럼 존재하는 가나안 땅 같은 지역의 아파트를 생각하며 갈팡질팡하는 사이, 분양 전환 추가 접수 기간까지 홀홀 지나갔다.


  뒷맛이 무척 켕겼다. 막상 추가 신청 기간까지 지나고 나니 아주 귀한 기회를, 그것도 두 번이나 놓친 것이 그제야 실감 났다. '사람들이 얼마나 신청을 안 했으면 추가 접수까지 했겠어. 역시 안 받길 잘했어.' 하고 애써 우리 선택을 합리화하려 들었지만, 그럴수록 속만 더 쓰리고 찝찝할 뿐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수도권에서 2억 중반대로 34평 아파트를 살 기회가 또 있겠나 생각하면 어찌나 안타까운지 잠도 안 왔다. 신기루 같은 청약 아파트를 바라보다가 오늘 주신 분양전환이라는 만나를 놓친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바쁜 일상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지냈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아쉽고 속상했다. 이 미련 곰탱아. 그렇게 질척거릴 거면 그때 그냥 계약하지 그랬어. 껌을 계속 씹으면 그 단맛이 점점 옅어지듯이, 나는 후회의 기분이 옅어질 때까지 후회를 곱씹었다. 그즈음이었다. 엘리베이터에 거짓말 같은 공지사항이 붙었다.


‘조기 분양전환 3차 추가 신청 안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거짓 공지가 아닌가 장난이 아닌가내용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1,2차 때 신청 못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진짜 마지막으로 분양전환 접수를 받는다는 거였다. 며칠 뒤가 신청 마감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그간 옅어질 만하면 다시 진해지던 아쉬움을 생각하며 신속하게 결의했다. '마지막 기회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분양받자.' 우리는 미끄러지듯이 신청 접수 장소로 달려가 '전세’를 ‘자가’로 바꾸는 절차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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