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깊어지는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보다 오래 머무는 것들이 있다.
눈빛, 침묵, 머뭇거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다정한 배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그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가늠하고 헤아려보는 마음.
그게 배려고, 그게 존중이다.
사람은 자기만의 속도를 가지고 살아간다.
조급한 사람과 느릿한 사람,
앞만 보는 사람과 뒤를 자주 돌아보는 사람.
그 속도를 맞춰가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좋은 관계란
빨리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보며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가끔 엉뚱한 말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괜히 미안해지고,
설명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진다.
하지만 진짜 깊은 사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그 말의 속뜻을
굳이 꺼내 보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의 사이일 것이다.
조르지 않아도,
다그치지 않아도,
그 마음의 바깥을 조용히 들여다봐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존중은, 상대방을 나처럼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를 있는 그대로 두는 일.
다른 의견을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
기다릴 줄 알고,
다정하게 물러설 줄 아는 사이.
관계는 가까워지려는 노력보다
흩어지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깊어진다.
그 마음을 지탱하는 건, 결국
존중과 배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인내다.
사람 사이의 온도는,
그렇게 조금씩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