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3번, 비정상 같던 나의 정상 성장기

구글, 승무원, 메타. 나를 통과한 커리어들

by 야지 in transit

나의 첫 꿈은 승무원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여행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하늘 위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너무도 멋져 보였거든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10살 무렵부터 외국어에 매달렸고, 태국 유학, 중국어 6급 취득, 해외통역 봉사 등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왔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하늘길이 막히고 모든 항공 채용이 중단되었어요.

절망감도 잠시, 저는 **‘지금이야말로 해외로 나가야 할 때’**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말레이시아에 있는 Google 파트너사로 취업했습니다.


첫 사회생활, 실적과 생존의 세계

Google 어카운트 매니저.

듣기엔 멋지지만, 현실은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전공도 아닌 분야, 마케팅도 모르던 제가 매달 숫자를 쫓으며 살아야 했어요.

무섭게 돌아가는 실적 압박, 계속해서 분기마다 올라가는 목표실적.

그 속에서 저는 버티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일에 몰입했습니다.

결국 실적을 달성했고, ‘잘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지만

제 안의 무언가는 고장 나고 있었어요.


하늘 위에 서고 싶었던 마음

그러던 중, 싱가포르 스쿠트항공의 승무원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도전해 합격하게 되었어요.

마침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었죠.

그렇게 저는 싱가포르로 이동했지만,

그곳은 제가 상상하던 나라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모든 것이 깔끔하고 안전한 대신,

규칙은 더 빡빡했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공포에 가까웠어요.

게다가 외국인으로서 겪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들.

늘 ‘밝은 얼굴’을 유지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저는 점점 무기력해졌고, 결국 공황과 우울증을 안고 퇴사했습니다.

꿈이었지만, 꿈을 이뤘다고 해서 다 행복한 건 아니란 걸 처음으로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질문

퇴사 후, 저는 다시 실무의 안정감을 원했고

메타의 프로젝트 마케팅 매니저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그곳은 자유롭고 열린 문화였고, 연봉도 높았으며

무엇보다 ‘내가 아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안겨줬어요.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의미 없는 업무 지시와 방향 없는 기획,

그리고 시시각각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제 안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소진시켰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나는 왜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할까?”

“이렇게 이직을 반복하는 게 잘못된 걸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지?”

그 고민의 끝에 저는,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바로, 제 인생의 첫 ‘쉼’이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직은 흔들림이 아니라 확장의 과정

지금 돌아보면, 저는 단 한 번도 일을 쉽게 포기한 적이 없었어요.

성실했고, 책임졌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내 한계를 확인하고, 성장하고,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Google, 승무원, 메타.

저를 통과한 이 커리어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저는 이제 제 속도로, 제가 선택한 방향으로 걸어가려 합니다.

나의 이직은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