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취미 민화 수강생의 이야기
'비행과 취미, 삶과 인생을 그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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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없이 바쁜 비행과 일상 그 사이 시간동안 쌓인 수 많은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고 싶은 건 어찌나 많은지 하나부터 열까지 하고싶지만 포기하는 것들 중 몇 개를 고르고 골라 하고 있는 요즘.
그래서 인지 나는 '효율적인 것' 에 크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때가 있었다.
일을 할 때에도 '효율적으로', 일상에서도 '효율적인 것만.',
누군가를 만날 때에도 꼭 필요한 가,를 따져야만 했다.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은' 것들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아니 너무 바빠 할 수없는 것이라 합리화 했다.
그러다 문득 대학생 때 읽었던 책 제목 '쓸모없음의 쓸모' 가 떠올랐다.
쓸모 없는 것들도 결국 내가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라고, 내 마음가짐에 따라 그 쓸모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자, 며.
하지만 어느새 '효율충'이 되어버린 건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바쁜 삶을 살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 하지만, 이내 마음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패드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더랬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스케치하며, 아이패드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민화를 그리는 요즘이라 함께 병행할 수 없어 자주 그리지는 못한다.
아이패드 드로잉은 여러 장점이 있다.
쉽게 그리고, 지우고, 레퍼런스를 참고해 그리기도 좋고, 마음에 들지않으면 싹-날려버리거나
마음에 드는 그림을 여러버전의 채색으로 뚝딱 만들어내기도 좋다. (카피그림을 그리기도 좋고..?)
그 효율적인 측면이 아이패드 드로잉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극강의 효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 분야에서는 적어도 그런 것 같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아이패드 드로잉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화를 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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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와서 다시 책상위에 그림을 펴놓는다.
책상에 앉는 다는 건... 나에겐 정말 쉽지않은 일이다.
책상에 앉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내가 승무원으로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 정도로
책상과 친하지 않는 나다.
(엉덩이가 어디 붙어있는 꼴을 못본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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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한 번에 뚝딱 그릴 수가 없다.
종이위에 물감을 하나하나 켜켜이 올려놓는 작업을 정말 수백번, 수천번, 수만번을 해서
또렷한 색을 담아낸다.
아주 옅은 밑색을 칠하고 그 위에 조금 더 진한 색을 만들어 올리고, 그 위에 다시 채색,
바림으로 색을 조화롭게 합쳐주고 ... 종이위의 물감을 말리고, 마르면 또 그 옆으로 붓을 옮기고.
천천히 조금씩 쌓아나가는, 묵묵히 걸어나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인생과 너무 닮아있는 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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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눈이 빠지게 칠하고 또 칠해도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고, 괜히 마음만 바빠지는 기분이다.
'그림에 변화가 없잖아...'
'세 시간 째인데 아직도야?'
'언제까지 해야되는거야?'
'완성이 되긴 되는 거야?'
'아이패드로 그릴까'
.
.
.
그러다 이내
'아니, 해도해도 이상하잖아. 내가 소질이 없나? 내가 이렇게까지밖에 못하나'
의 생각까지 도달하게 된다.
조급한 마음에서 결국 자기비난까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빨리 들춰버리고 싶은 조급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건 책도, 영화도 아니야. 그림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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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다시 수행모드로 들어간다.
'민화는...수행이다...나는...스님이다...'
내게는 하나를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꾸준함을 잘 모르고, 그래서 그 깊이를 모르고, 끝을 알지 못한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법.
길을 잃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법.
나는 그런걸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민화를 통해 꾸준함을 배우고 있다. (더 배워야 한다)
민화를 그리면서 다시 알게되는 나의 (익숙한) 모습.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붓을 잡는다.
'이건 삶을 위한 수행이다.'라고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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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을 모르니, 자꾸만 새로운 것을 찾게되어
옛 것을 잊는다.
예전에 그렸던 모란그림을 꺼내서 다시 역바림 하는 방법을 되새긴다.
이번엔 잊지말고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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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한숨을 내뿜지만
평온한 안정을 다시 되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머리위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빡치는 마음을 다시 잡기위해 노력하는 내게 선생님은 웃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민화의 길을 안내한다.
한숨을 푸-욱 쉬며 붓을 든 내게 선생님이 묻는다.
'수영님, 괜찮으신거 맞죠?'
나는 답한다.
'선생님, 저는 민화를...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행복합니다............'
가뿐 숨을 내쉬며 물속에 붓을 휘휘 젓다가
맞닿는 종이위에 천천히 붓을 내려놓는다.
절대, 절대 조급해하지말고
그림위에서는 들키지 말자.
민화는 그림이지만, 그것을 그리는 과정은 인생이다. 아주 천천히 꾸준히 살아내야 하는 인생.
다시 되새기고 그림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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