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시간이 되면 마차는 호박으로 변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은 모든 일정이 아이들에게 맞춰진다. 갓 태어났을 때는 먹고 자는 주기에 맞췄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하교 시간이 빨라져 오후 2시 10분에 픽업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이들은 난리가 난다.
화요일은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날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서둘러 청소와 데이트 준비를 한 후 9시 전에 집을 나선다. 주어진 시간은 3~4시간 남짓이라 그날의 테마를 정해 움직인다. 메트로폴리탄만 보고 오거나 차이나타운에서 딤섬을 먹고, 브루클린 브리지를 걷거나 센트럴파크를 산책한다. 돌아오는 길엔 파티에서 밤 12시를 넘기지 못하는 신데렐라같다며 서로 웃는다.
오늘은 소호 Soho를 향해서 떠난다. 더 자세히는 가는 길에 정하자고 하고 일단 지하철을 탄다. 날씨도 쌀쌀하니 따끈한 가락국수가 당긴다. 맨해튼에서 우동하면 딱 한집을 꼽는데 라쿠Raku. 면발이 지금까지 맛본 것 중 단연 최고다. 국물도 엄청나다. 깊은데 깔끔하다. 일전 직원에게 면을 어디서 구하는 건지 물어봤는데, 일본에서 주문해서 직접 받는단다. 난 미식가는 아니라서 다른 사람에게 식당 추천하는데 자신이 없지만, 라쿠는 언제나 추천이다.
문제는 유명한 집이라서 당일 예약이 쉽지 않다. 다행히 라쿠는 두 개의 지점이 있어서 안 가본 데로 예약완료! 라쿠우동은 한 개는 소호 Soho 다른 하나는 이스트빌리지에 있다. 규모도 좀 작고 덜 붐비는 동네라 그런지 예약도 쉽다. 줄도 길지 않아서 더 좋다. 분위기는 오히려 더 굿!
일단 유니언스퀘어에서 내린다. 근처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서점이 있기 때문인데 Strand bookstore라고 오래 돼서 유명한 건지, 유명해서 유명한 건지 나야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갈 때마다 책전시가 아주 마음에 들고, 뉴욕에 대한 책들이 많이 있어서 좋다. 지하층에는 꽤 넓게 중고서점섹션이 있는데 간혹 한국책도 서너 권 발견할 수 있다.
서점 안에도 커피숍이 있기는 하지만, 의자도 두 개밖에 없고 얼른 일어나기를 원하니 일단 밖으로 나가본다. 우동집이 문을 열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 남았다. 가는 경로에 커피숍을 검색해 보니 엄청 많이 검색이 된다. 모두 멋지고 리뷰도 좋다. 맨해튼의 커피숍들은 거의 다 깔끔하고, 멋지고, 사진은 끝내주는 라테아트로 가득하다. 이 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뭔가 아쉽다. 다 한 번정도 가본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엇! 여기는 뭔가 다른데? 싶은 커피숍이 하나 검색된다. Current Cafe라고 리뷰도 좋고 거리도 가깝다. 근데 뭔가 길거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카페다. 다른 사진에는 지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자. 아내를 꼬셔서 떠나본다.
다행히 카페는 허름하지만 비닐하우스 같은 지붕도 있고, 카페 분위기는 너무 좋다. 약간 허름한 헛간 같은 1-2평 남짓한 건물이 메인이고, 거기에 연결해서 바람이나 비를 피할수 있는 지붕을 좀 덧대어놨다. 카페를 한다면 난 이런 카페를 하고 싶다며 난 무한감동에 휩싸였는데 아내는 내가 받은 감동을 한마디에 정리해준다.
"흠... 여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인테리어다."
아, 그런 거였구나. 알 수 없게 투박하고, 허름한 느낌. 무언가 많이 붙여 놓긴 했는데 마무리는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은 이렇게 표현하는 거구나. 오늘도 많이 배웠다. 카페를 떠나기 전에 무슨 원두를 쓰는지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바리스타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https://www.sharecoffeeroasters.com/ 한번 정도는 주문해서 먹어볼 듯.
자 이제, 감동의 눈물 좀 닦고 일어나서 가락국수 먹으러 갈 시간이다.
라쿠 이스트빌리지 지점은 소호지점보다 많이 작다. 아마 1/3 정도 크기인 듯 보인다. 12시에 문을 여는데 줄을 선 사람도 한 명뿐. 우리가 2등이다. 오히려 한가하고 음식도 빨리 나와서 좋다. 가게 내부는 정말 편안해 보이는 작은 식당. 테이블은 10개 정도. 다음에도 이스트빌리지로 올 것 같다. 소호는 너무 줄도 길고 음식도 오래 걸려서 신데렐라투어엔 어울리지 않아.
바쁘게 걸어서 Bleecker 지하철역에 1시까지 도착! 오늘 신데렐라투어도 멋지게 완료.
다음엔 맨하탄에서 어디를갈까 하니 아내가 추천한 곳은 "하이라인" 오~~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