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롱쓰 Jan 08. 2019

멤피스 테네시

두 왕의 도시

미국 남부주 중의 하나인 테네시의 주도는 내쉬빌이다. 컨트리음악으로 유명하다. 그 내쉬빌에서 서남쪽으로 차로 세 시간 정도 달리면 우리에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도시가 나온다. 바로 멤피스다. 이 도시를 가장 쉽게 설명하려면, 엘비스의 생가가 있고 그가 사망한 곳이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곳이라고 말하면 될 것이다. 남부에는 세왕 Three Kings이 있었다는데 그중 B.B. 킹을 제외한 두 왕이 잠든 도시, 멤피스.

 

#엘비스

난 엘비스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 모른다. 그저 구레나룻 진하고, 하관이 조금 길며 잘생기고 느끼한 눈을 가진 백인 아저씨 정도로 기억한다. 그의 특유의 목소리는 이런저런 방송을 통해서 멜로디 자체보다 더 익숙하며, 유명하다는 그의 흔드는 댄스도 사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처음 봤다. 하지만 아주 조금의 검색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음악에 관심이 7-8% 정도 있는 나에게 그가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내게는 멤피스에서 잠든 두 번째 King이 훨씬 더 의미 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MLK Jr. 

엘비스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도 아니지만, 킹 목사의 연설을 듣고 자란 세대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학부 수업 때 그의 I have a dream 연설을 영상으로 보고선 한눈에 반해버렸다. 설교인지 선동인지 모를 연설을 흑인 특유의 느긋한 말투로 이어나가다가 마지막 5 분정도를 폭풍같이 몰아치고는 완전 쿨하게 홱 돌아서 연설을 마치는 모습. 그리고선 그의 다른 연설들도 마구 찾아들었다.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나는 세 연설은 1) 디씨에서 했던  I have a dream, 2) 몽고메리 주청사 앞에서 한 How long, 그리고 3) 그가 죽기 전날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듯 했던 I've been to the mountain top이다. 이 마지막 연설의 장소가 바로 멤피스다. 


그의 죽음. 1968년 4월 4일. 멤피스 지역의 흑인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바로 다음날 그는 멤피스 시내 자신이 묵던 로레인 Lorraine 모텔의 306호 발코니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다. 


현재 이 모텔은 National Civil Rights Museum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의 연설. 1968년 4월 3일. 죽기 하루 전날 Mason Temple에서 그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다. 멤피스로 온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차례 암살 위협을 받았으며, 이리로 오는 비행기도 폭파 위협에 지연된 터였다. 파업 지지연설을 마치는 마지막에 그는 이런 위협들을 언급한다. 그리곤 자신은 이미 산꼭대기에 올라왔으며. 약속의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말한다. (모세처럼) 직접 들어가지 못할지 모르지만 보았다고... 그리곤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처럼, 그는 다음날 죽는다. 하지만 그와 함께 했던 전우들은 그가 보았던 그 땅에 (완전하진 않을지라도) 들어갔고, 더 들어가려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연설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30초 정도를 옮겨보자. 


"And then I got to Memphis. And some began to say the threats, or talk about the threats that were out. What would happen to me from some of our sick white brothers?


Well, I don't know what will happen now. We've got some difficult days ahead. But it doesn't matter with me now. Because I've been to the mountaintop. And I don't mind. Like anybody, I would like to live a long life. Longevity has its place. But I'm not concerned about that now. I just want to do God's will. And He's allowed me to go up to the mountain. And I've looked over. And I've seen the promised land. I may not get there with you. But I want you to know tonight, that we, as a people, will get to the promised land. So I'm happy, tonight. I'm not worried about anything. I'm not fearing any man. Mine eyes have seen the glory of the coming of the Lord."


모세의 입을 빌려 말하다가 마지막에는 누가복음에 나오는 시므온 (이스라엘의 메시아를 기다리며 살던 선지자자)이 마침내 그 메시아를 보고 내뱄었던 감탄의 말로 마치고 있다. 이 부분은 꼭 텍스트가 아니라 오디오로 들어야 된다. 



#여호수아와 갈렙 

(어쩌다 보니 성경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조금만 이어가 보자) 킹 목사가 모세라면, 뒤를 이은 여호수아와 갈렙 같은 이는 누구일지 궁금할 수 있다. 킹 목사가 멤피스에 간 것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 파업은 백인과 동일한 취급, 유니폼 지급, 휴가를 얻기 위한 싸움이었다. 


Cloe Smith라는 투잡을 뛰는 목사가 있는데 그의 다른 직업은 청소노동자다. 킹 목사가 멤피스에 도착했을 때 이 사람은 25살 어린 나이에 파업에 함께 했었다. 그리고 후에 1971년 목사가 되었지만, 계속해서 청소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킹 목사 사망 50년을 기념해서 했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여호수아와 갈렙 같은 존재라고 본다. 킹 목사가 보았던 그 약속의 땅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더 싸워야 할 것들 앞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자신이 누리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 싸우는 자로 자신을 설명한다. 

Cleo Smith의 모습.




평소에는 음악을 별로 안 듣는 나지만, 여행할 때는 음악을 꽤 듣는 편이다. 하지만 멤피스, 셀마, 몽고메리 같은 도시를 갈 때는 음악은 잠시 꺼두고 킹 목사의 연설을 들으며 가길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린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