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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lla Oct 07. 2020

60년대생이 간다(Bye 60s)

직장에서 만난 베이비부머 상사들에 대한 고찰

Chapter 1. 선은 넘으라고 있지!

"○○씨, 혼자 여행 간다고? 에이~거짓말하지마. 여행지에 남자 숨겨놨지?"


그들은 종종 무례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무례를 종종 '관심'이라 표현한다.


일을 하려고 만난 사이인데 부하직원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부하직원의 연애 여부, 결혼계획은 종종 그들의 가십이 되고 술안주가 된다.


결혼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신혼집을 어디에 구하면 좋을지를 논하고 사내커플인 누구에 대해서는 연애 풀스토리를 대하드라마처럼 풀어낸다.


그들은 그것을 '관심'이라 표현한다.


Chapter 2. 리필은 됐습니다. 꼰대라떼.


2020년을 살면서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며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본인들의 고생했던 시간만이 값진 트로피이고 현시대를 살고 있는 세대들의 고생은 '요즘 젊은 애들은 참을성이 없어'라고 치부해 버린다.


각 세대마다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늘 존재하는 것인데, 그들의 잣대는 엄격하다.

 

'나는 옳고 너희는 틀렸다.'


상명 하복만이 미덕이라 생각하고 부당한 지시에도  납작 엎드릴 줄만 알던 그들은 종종 왕처럼 군림하려고 한다.


왕도 폭군이면 반정으로 쫓겨나고 대통령도 탄핵되는 판국에 혼자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가끔 헷갈린다.

(선사시대쯤인가?)


그들은 손이 많이 간다.

밥 먹으러 가면 수저 하나도 본인 손으로 놓을 줄 모르고 물 한 잔도 스스로 따라먹지 못한다.

혼밥도, 혼술도 못해서 꼭 누군가가 함께 해줘야 한다.

무언가를 할 때면, 어딘가를 갈 때면 꼭 옆에서 누군가가 전해주기를 바란다.


Chapter 3. 전무후무한 완전체

앞의 두 가지 유형은 애교에 불과하다.

내가 만나본 최악의 베이비부머 상사는 완전체 꼰대였는데, 나는 종종 그를 핵폐기물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라는 말조차도 그에겐 과찬이다 싶을 정도.

어제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의 바닥은 항상 매일 새롭게 갱신됐다.

'어제 그 모습보다 더 최악일 수 있던 거야?'

매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T.P.O를 가릴 줄 몰라 무례함이 습관인 사람이었다.


점심시간에도 업무 지시를 내렸고, 퇴근하고도 업무전화를 했고, 휴일도 예외는 없었다.


점심을 한 시간 내내 먹으며 직원들의  쉬는 시간을 앗아갔고 점심시간마다 반주를 강요했다.

술을 못 마시는 직원에게도 예외는 없었고, 잔만이라도 받으라며 끈질기게 강요했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며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단군할아버지와 하이파이브하고 온 것 같은 구시대적인 헛소리를 해댔으며, 왕처럼 군림하려고 했다.


 직원들을 이간질하고 괴롭히면서 소름 돋게도 본인은 아주 너그럽고 좋은 상사라는 대단한 착각에 빠져 지내는 사람이었.


쓸데없이 또 부지런해서 본인이 꽂히는 주제가 있으면 부하직원들을 성실하게도 괴롭혔는데

하루 종일 호출해서 도무지 일에 집중을 못하게 했고 지시사항도 수시로 바뀌어서 진행하던 일을 몇 번이나 엎게도 했다.


정말 여러모로 최악이었던 그는, 높은 자리에 앉고서도 종종 열등감에 휩싸이곤 해서 상사인 본인의 능력과 치적을 부하직원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이상한 상사였다.


업무 배제도 당해보고 무능력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도 천운이 닿아서 승진한 걸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았다.


본인이 원하는 이상한 지시대로 직원들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집요하게도, 뒤끝 있게 괴롭혀댔다.


도대체 이 사람은 수십 년의 직장생활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찍어 누른 건지 가늠도 안됐다.


더 최악인 것은 명예와 체면치레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었는데 이미 직장에서 폭탄으로 소문난 그에게 지킬 명예와 체면이 있는지가 항상 의문이었다.


그에게 있어, 부하직원은 본인의 체면치레와 명예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

 소시오패스처럼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부하직원의 영혼을 갈아서라도 본인의 욕심을 채우려 했다.


그와 일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고, 사표를 쓸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지 매일을 고민하며 인내했다.


세대 간의 갈등, 차이만으로 치부하기엔 그는 정말 전무후무한 완전체였다.


그의 퇴직까지 남은 시간은 1년.

 그는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빨리 으로 돌아가야 할 60년대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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