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브런치 접속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하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꿈틀꿈틀한다.

by 보라진

새벽 5시에 일어나 그림책 작업을 하다, 잊고 있던 브런치에 접속했다.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쓴 걸 보니 4년 전이다. 돌이켜보니 4년 전 이맘때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의 몸에 새롭게 펼쳐지는 동물적인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정신을 쏟았던 것 같다. 늘 꿈만 꾸던 그림책 공부를 하고 싶어, 배 속에 아이를 키우며 그림책 학교에 다녔다. 첫째 아이를 낳고, 운이 좋게 그림책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작업하는 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했고,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쯤, 첫 번째 그림책을 출간했다. 남편의 직장 일로 20개월 된 첫째 아이와 50일이 막 지난 둘째 아이를 데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산호세로 이사를 왔다. 첫째 아이는 40개월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곧 두 돌이 다 되어 간다.


어느덧 남편과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사 온 지 1년 8개월, 한국과는 다른 생활방식에 익숙해지고 육아 동지도 생겼다. 10년 장롱면허인 나에게 운전은 큰 산이었는데, 그 산을 넘어 이제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장을 보러 다닌다. 엄마 밥을 자주 먹지 못해 헛헛하지만, 그런대로 엄마 반찬을 따라 하며 그 아쉬움을 달랜다.


두 번째 그림책을 준비하며 고민이 많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하루에 작업하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날이면 아이 둘을 돌보며 전전긍긍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 눈을 뜬다. 최근 <돌봄과 작업>이라는 책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고, 누군가의 응원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루 두 시간은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작업을 하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의 탓으로 돌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지 4개월쯤 되었다. 이제는 달리기 하지 않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어제는 11km를 달리고 2023년 1월, 100km를 채웠다. 아이들을 재우고 심신이 지치는 밤이면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오는데,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 무거운 몸을 움직인다. 이상하게도 몸의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머릿속이 정리된다. 달리다 보니 또 목표를 세우고 숫자에 연연하는 내가 되었지만, 이 시간 덕에 더 많이 단단해진다.


아이를 돌보며 나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큰 노력이 필요한 줄은 몰랐다. 나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모두 소진되지 않기 위해, 꼭 하고 싶은 일은 포기하지 않고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쓴다. 시간이 너무 없으니 우선순위도 정확해졌다. 1. 아이를 돌보는 일(어떻게 먹일 것인가가 나에게는 가장 큰 매일의 숙제이다) 2. 그림책 작업 3. 몸과 마음의 건강. 이 세 가지를 하기에도 매일 시간에 헐떡이니,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하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꿈틀꿈틀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삶,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글을 쓰는 시간은 사치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딘가에 내 생각을 정리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은 참 근사하다. 오늘, 이 글을 쓴 덕에 곧 일어날 아이들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기록하고 싶지 않은 순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