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의미로) 떠돌이 같았던 지난 3개월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유연근무제에 휴가를 편하게 쓸 수 있고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쉬는 날이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이고 짝꿍은 현재 잠시 재정비 기간이다. 비행 편은 그간 쌓아놓은 마일리지도 다 털고 돈도 썼고.. 우리 집 고양이는 친한 언니가 집에 와서 살기도 하고 시터님의 도움도 받고.. 암튼 그래서 가능했던 미친 일정이며 그냥 넘어가기 아까워서 기록으로 남긴다.
4월 말부터 7월까지 약 3개월간 8번의 여행이 계속되었다. 사실 8월에도 계속될지도 모르겠고 미쳤다 싶기도 하지만 즐거웠고 신났던지라 대충 사실의 나열이라도 써놓고 싶어서 브런치를 열었다.
시작은 발리.. 아니 부산?
2월쯤인가, 4월 말~ 5월 초 연휴에 발리 여행을 예약했다. 그리고 발리여행을 기다리며 열심히 일했지. 그러다 발리에 가기 1주 전, 4월 셋째 주였나 남편 친구 결혼식에 참석할 겸 2박 3일로 부산 여행을 다녀왔고 그렇게 우리의 3개월 간의 미친 일정이 시작된다.
부산, 발리, 캠핑 그리고 태국
부산 여행을 다녀온 바로 다음 주 발리로 떠났다. 연휴가 겹쳐 10일쯤 길게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발리가 꽤 좋았다. 근데 이제 발리를 다녀왔더니 태국이 더 가고 싶어졌다. (응?) 평소 태국을 워낙 좋아하고 자주 가고 그리워하는 우리인데 작년 8월 태국에 갔다가 그 이후로 못 가고 올해 발리를 다녀왔더니 태국이 너무 가고 싶어진 것이었다. (뭔 소리) 그래서 갑자기 또 3주 뒤 태국행 티켓을 끊었다. 심지어 친한 부부를 꼬셔서!? 넷이 함께 가기로 했다. (꼬셔질 줄이야..) 근데 이제 또 5월이니까 캠핑도 시작했다. 그래서 주말엔 충주로 캠핑을 다녀왔고 5월 말쯤 태국으로 향했다. 이번엔 방콕 근교의 칸차나부리라는 작은 도시를 갔고 배낭여행이 생각나는 여행이었다.
또 캠핑 그리고 다낭
태국에 다녀오고 그다음 주엔 예약해 놨던 캠핑장에 갔다. 이번엔 진천에 고급 캠핑장. 수영장도 있어서 해외의 연속 같은 느낌이었다. 6월은 캠핑이지. 근데 이제 그다음 주엔 이미 올해 초 예약해 놨던 가족 여행을 가야 했다. 무려 10명이 함께 하는 다낭 여행! 예약해 놓은 초대형 풀빌라는 생각보다 더 좋았고 다낭은 단체로 다니기 매우 좋은 곳이었다. 초등학생 조카들과 부모님 남녀노소가 함께한 여행이라 힘든 점도 있었지만 꽤 즐거웠다. 밤엔 둘이 잠시 나가서 다낭의 시내를 즐기기도 했는데 재즈바에 갔더니 한국 발라드를 부르셔서 1차 충격, 클럽 같은 곳에 갔는데 빅뱅 노래가 너무 많이 나와서 2차 충격..
양양 그리고 호찌민
그렇게 다낭/단체 3박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자유여행의 목마름이 다시 올라오고 베트남도 좀 더 제대로 보고 싶어졌다. 19년에 호찌민에 짧게 다녀온 게 다였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우린 2주 뒤 또 호찌민행 티겟을 샀는데 앞에 구구절절 얘기했지만 사실 호찌민행 비행기 티켓이 미친 가격에 나와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왕복 15만 원..)
어쩌다가 또 비행기 티켓을 구경하게 되었는지는 이제 기억도 안 나는데 남편이 일을 쉬고 있으니 갈 수 있을 때 가자는 논리와 (갈 수 있다고 이렇게 계속 가나..) 에라 모르겠다와 일을 쉬고 있지만 개인 사정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던 남편의 마음건강 핑계로 여행에 중독된 듯한 우리였다.. 근데 사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해외든 국내든 매주 어딘가로 놀러 가긴 했구나.. 올해는 그저 해외를 너무 많이 갔을 뿐..
암튼 간 일단 호찌민행 티켓을 샀고, 그 주 주말엔 양양에 갔다. 양양은 우리 마음속 한국의 태국 같은 곳이랄까. 사실 친구들 다 같이 가려고 했다가 취소된 일정이었는데 그냥 둘이라도 가자 해서 금요일에 출발. 근데 또 갑자기 친한 다른 부부들이 연락이 와서 어쩌다 보니 세 커플이 함께 갔다.
근데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
밤에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다가 우리 사실 호찌민 간다고 했더니 지난번 함께 태국에 다녀온 부부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본인들도 호찌민 간다고..?! 심지어 일정이 겹침.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투성이. 내가 다시 생각해도 거짓말 같다 ㅋㅋ 암튼 그러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다 같이 가자 가자 하다가 남은 한 부부도 결국 호찌민행 티켓을 샀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다음 주에 여섯 명이 함께 호찌민에 갔다. 물론 세 커플 모두 여행장인들이라서 각자 알아서 잘 놀고 저녁에 만나서 술 마시고 잘 놀았다. 더 웃겼던 포인트는 사실 제주도 가려다가 장마라고 해서 호찌민으로 향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때 한국은 맑고 호찌민은 비가 왔다는 것 (ㅋㅋㅋ)
또 캠핑, 제주..? 아니 태국
그렇게 그래도 미친 일정이 끝나나 싶었는데.. 다녀와서 며칠 후 짝꿍과 또 맥주를 한 잔 하다가.. 제주에 가서 워케이션을 할까? 그래 제주 가고 싶었잖아 하면서 또 제주행 티켓을 겟.. 가서 재택근무하는 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들려오는 남부에서 올라오는 장마전선 소식...
우린 눈을 마주치며.. 그렇다면... 태국....??!?!?! 왜 그게 그렇게 흘러가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돼서 또 태국에 갔다.. 호찌민에 다녀온 지 16일째 되는 날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쩌다 보니 다낭부터 계속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었어서 즐거웠지만 에너지 소진도 컸기에 이번엔 둘이 조용히 방콕에 머무르면서 크게 별거 안 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일하고 맥주 마시면서 새로운 동네 좀 탐험하고 그러다 돌아왔다.
돌아와서 짝꿍은 크게 앓아누웠다.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사실 진작 아팠어도 이상할 게 없는 일정이었다. 아직까지 안 아픈 내 체력이 대단할 정도.
이렇게 미친 듯이 해외를 자주 다녀온 건 인생 처음인 듯하다. 항공사 직원 시절 출장 다니고 할 때도 이 정도는 안 해본 듯.. 하지만 일도 다른 무엇에도 전혀 지장은 없었다. 일도 잘했고 여행도 즐거웠다. 아 근데 또 마지막 태국 갈 시점에 너무 정신없었던 건 집을 팔고 사기를 동시에 했다는 것.. 이사 생각을 하고 몇 달 전부터 집을 내놓긴 했었는데 태국 가야 할 시점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가계약을 하고 동시에 예전부터 보아두었던 집에 매수 가계약을 걸고.. 태국에 다녀와서 매수, 매도 계약을 하루에 다 마쳤다. 정신없음
아직 여름이라 8월에 또 어딘가 우린 놀러 가겠지만 그러고 나면 11~12월 이사를 위해 인테리어 고민하고 준비하고 하느라 하반기는 또 정신없을 듯하다.
요즘 내 삶이 참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하다고 느끼는데, 그 다이나믹은 짝꿍이 한몫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충동적이라고 해도 안정+J 인 사람이라 혼자였다면 실행이 안되었을 부분들도 혁신+P의 짝꿍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한다. 아주 신남. 요즘 아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있어서 아주 신나고 뿌듯하고 행복하다. 8월엔 또 뭐 하고 놀지 가을 되면 또 날씨 좋으니까 국내로 쏘다니겠지 캠핑도 또 가야지 아 그러고 보니 다음 주에 이미 캠핑장 또 예약해 놨구나.. ^^..
여행은 계속된다.. Keep calm and travel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