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오늘 하루는 성실하게 #3
2025년을 시작하며 북클럽을 시작했다. 북클럽 주제는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실행하기이다. 커리어에 관련된 주제인 만큼, 평소에 커리어 고민을 많이 나누었던 지인들과 함께 시작했다. 커리어만큼 답이 없는 영역은 없기에 똑같은 주제도 다양한 의견이 많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매년 연차는 쌓여가는데, 커리어 고민은 줄어들지 않고 새롭게 쌓이기만 하니 더없이 좋았다.
사석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의문은 커져만 간다. 애초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건 뭘까?
첫 모임은 '내가 좋아하는 건 진정 무엇일까?'에 답할 수 있는 쉬운 책을 선정하고 싶었다.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워크시트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책은 야기 짐페이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을 골랐다. 작년 커리어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커리어 고민을 시작할 때 추천받은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정의하고 이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워크시트가 있다는 점이다. 워크시트를 작성하다가 막힐 때 사용할 수 있는 도움말도 있다. 북클럽 모임이 실행하기까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적절한 책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것(열정)과 잘하는 것(재능) 그리고 소중한 것(가치관)이 결합된 교집합의 영역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정의한다. 즉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덕분에 평소에는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질문이나 워크시트 작성을 통해 곰곰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질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은 '나를 힘들게 했던 과거의 경험을 성찰해서 인생이 더 나아진 경험이 있나요?'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장기적으로 수익화를 해서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겪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실 어떤 일이든 바로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운명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뜨뜻미지근한 감정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일하는 내내 재밌지 않고 힘들거나 지루한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버티고 견뎌야 내가 무엇을 하기 싫어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성취감을 느꼈는지, 무엇이 나를 일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정말 좋아한 일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장기적으로 일하는 방법이 미숙하여 나를 번아웃으로 몰아넣었던 경험이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 첫 CRM 마케팅을 하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면 힘들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좋았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가 바로 타겟팅하는 고객이기에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많았다. 힘들어도 재밌게 일했다. 진심으로. 하지만 매일 같이 스스로를 갈아 넣으며 일하는 것은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했고 좋아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일이 내 삶을 꽉꽉 채워버려서 1년을 채우고 퇴사를 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내가 왜 전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도 명쾌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퇴사를 결심한 당시에는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감정의 소용돌이가 쳐서 그 이유를 냉철하게 정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직을 하고 해가 바뀌고 나서야, 내 마음 깊숙한 곳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내 삶에 너무 큰 부분이라 복잡하게 얽힌 감정이 담긴 일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몰아넣으며 일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스스로가 내 자신을 잘 살피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가끔 일이 많고 마음이 조급할 때 이 사실을 잊고는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안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숨 쉴 수 있는 작은 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