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오늘 하루는 성실하게 #4

by 야무JIN

작년 4분기는 "물에 잘 뜨기"라는 목표가 있었다. 회사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내가, 내 역량에 비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물장구를 치는 게 아니라, 물에 뜨기 위해 발길질부터 해야 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니 이 일을 잘 해낸다는 건 꽤나 버거운 목표였다. 해낼 수 있을지, 아니 애초에 할 수는 있을지 걱정이 태반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이번 일을 꼭 성공시키고 싶어. 하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망가지는 건 아니야. 새로운 걸 배우게 되겠지. 그러니 기죽지 말고 오늘도 성실하게 보내자."


2024년과 함께 일도 마무리되었다. 남들 눈에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무른 것처럼 보였겠지만, 내 목표는 처음부터 '물에 잘 뜨기' 였으므로 나름 잘 해낸 셈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발길질을 했다. 그러니 올해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어디일까?


커리어는 늘 답이 없다. 그래서 어렵고 재밌다. 이직을 준비하던 때, 최종합격한 회사에 갈지 말지 꽤나 많은 고민을 했다. 각 회사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채워 넣다 보면 답이 나올 거라 기대하며 정리를 시작했다. 효율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스스로 어느 방향을 원하는지 알게 되듯이, 장단점 리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이직한 회사의 장점을 적다 보니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장점이 적은 거 같다며 개수를 맞추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장단점 리스트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오히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을 알게 되었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러셀 로버츠 저)은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읽으면 꽤나 도움이 된다. 일례로 뱀파이어가 되기 전, 뱀파이어의 삶이 어떨까 상상해 보는 건 협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뱀파이어의 삶을 살아보지도 못했고, 뱀파이어한테 직접 그들의 삶이 어떤지 들을 방법도 없고, 설사 듣는다고 하더라도 그 삶이 나에게 맞을지는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삶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미스터리로 받아들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나에게 커리어는 늘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다. 잘못된 선택을 해서 후회할까봐 매번 초조하고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직을 결정할 때도 장단점 리스트가 내 숙제를 해결해줄거라 믿었다. 새로운 회사에 갈 내 모습은 장단점 리스트에서 알 수 없다. 사람도 바뀌고 환경도 바뀌고 무엇보다 내가 그 환경에 맞을 거라고 누구도 알려줄 수 없다.


북클럽에서 이 책으로 선택에 대한 후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떤 분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주셨다. '(늦은 나이가 아님에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을 때 남들보다 뒤쳐지는 모습에 불안하기도 하고 잘못 선택을 한걸까 자책하기도 했지만, 지금 2030은 14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긴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없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140세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없다. 그러니 선택 끝낸 뒤에는 뒤돌아 보지 말자. 일이 모두 끝나고 터널을 지난 뒤에 돌아보자. 내 삶의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커리어에 있어서 나는 늘 나 자신을 우선 시 했다. 올해는 삶이라는 합창단에서 디바가 아니라 목소리를 낮추고 하모니를 즐기려고 한다. 파트너십 혹은 앙상블이라는 마음 가짐을 갖고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 보기로 했다. 올해는 적당히 힘을 빼고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겨 보는 것. 그렇게 방향을 수정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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