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르신께 들은 이야기
더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버스가 마을에 닿았다. 아지매가 마을로 발걸음을 들여놓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았다. 마을로 들어가는 하천 다리에 접어들자 입에서 신음 소리가 나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집까지 울음을 참으려던 몸부림이 해제되고, 아지매는 아예 바닥에 퍼질러 앉아 발버둥질하며 엉엉 울어버렸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마을 이장이 아지매를 보고 깜짝 놀라 다가섰다.
“아지매 와그라능교”
아지매는 이장을 붙들고 울며 사연을 풀어놓았다.
“오늘 우리 딸 수이가 서울에서 식을 올맀다아입니꺼. 어찌나 예쁘던지 눈물이 나려는 걸 지금까지 참았다가 여서 터져부렀어예, 결혼식 날 친정엄마가 울면 못 산다 안 합니꺼, 그래가 서울서 여까지 참고 왔심더. 그 아는 내처럼 못 살면 안 된다 싶어가”
“아이고 아지매도 참......‘ 이장은 잠시 말을 못 잊다가
”아지매 수이는 신랑캉 잘 살 낍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얼른 집에 가서 푹 쉬이소.“ 하며 아지매를 달랬다.
***
아지매는 결혼하고 10년 만에 딸 수이를 낳았다. 아기가 생기지 않자 온갖 몸에 좋다는 약과 기도와 비책을 썼는데 정성이 닿았는지 딸 하나를 얻었다.
아지매는 하나밖에 없는 딸 수이가 학교에 입학하자 걱정이 되었다. 과연 딸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바쁜 살림살이 와중에도 짬을 내어 몰래 학교 앞을 찾아갔다.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서성이는 아지매가 경비 아저씨의 눈에 띄었다.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입니더.“
아지매는 부끄럽고 창피해서 일단 경비 아저씨를 피했다.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지매, 누구 찾습니까?“
재차 묻자 아지매는 겨우겨우 자신이 학교에 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아저씨는 아지매가 교실을 살짝 넘어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딸이 학교에서 수업을 잘 받고 있는 모습을 본 후에야 아지매는 안심을 했다고 한다.
***
아지매 커다란 천을 낀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제일 낡은, 슬레이트지붕 집에 산다.
마당에는 늙어서 축축늘어지는 대추나무가 있다. 대추나무는 풍요와 다산의 의미를 가진 나무라고 하는데,
겨우 낳은 딸하나는 서울로 시집을 갔고, 남편은 병이 들어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
아지매 쪽진 머리는 파뿌리처럼 하얗게 샜고 , 허리는 굽고, 앞니 빠진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
혼자서 산다.
(어느 어르신께 들은 이야기를 글로 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