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boutThinking

중국 (2)

5호16국, 남북조 시대를 읽다

by 조성봉 UXer


이 글은 원래 2017년 12월,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yan117)에 올렸던 글이나, 다음 글을 쓰기에 앞서 작가의 필요에 따라 여기에 옮깁니다.


최근에 5호16국, 남북조 시대의 책을 읽었다. 삼국을 통일한 위는 자신이 한의 왕위를 찬탈했던 것과 같이 사마씨의 진으로부터 왕위를 찬탈당한다. 그러나 그런 진나라조차 불과 50년을 가지 못하고 장강 이북에는 흉노, 갈, 저, 강, 선비, 모용씨의 5호 16국의 혼란기를 겪었고, 장강 이남은 진나라로부터 내려온 '사마씨의' 동진이 100여년간 지속되다가 송-제-양-진으로 이어지는 남조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장강 이북의 16국은 북위에 의해서 잠시 통일되었다가 동위와 서위로 갈라지고, 다시 북조와 북제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북조는 수나라에 의해서 대체된다. 이 시기를 역사적으로는 5호16국 또는 위진남북조 시대라고 하는데, 조조의 아들 조비로부터 수문제까지의 약 370여년을 일컫는다. 중국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야만적인 암흑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영토가 한반도로 축소된 결정적인 계기가 이 위진남북조 시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족의 문명과 북방 유목민족의 전투력이 결합되면서 이후 수-당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수-당의 왕조는 사실상 탁발선비계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지배계층들도 관롱집단이라고 불리는 선비족 계열이다. 지금의 중국인들은 그들의 피가 섞여있다. 흉노, 갈, 저, 강, 선비, 산월족의 혼혈이다. 삼국지 때와 같은 순수 한족이 아니란 얘기다)

5호 16국, 남북조의 시기는 몇몇 왕들의 아주 짧은 제위 기간을 제외하면 폭정과 탄압, 말살, 혼란, 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찬란했던 삼국시대의 문화, 학문, 정치가 그 이후 370여년 시기에 야만의 시대로 돌아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찌보면 로마의 찬란했던 문명이 고트족, 프랑크족, 반달족 등에 의해서 초토화되었던 서유럽의 역사와도 유사하다. (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서설이 길었으나, 나는 위 시기를 통해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왜 왕조가 단명하는가? 정치가 실패하는가? 문화가 위축되는가? 주어와 시제만 바꾸면 이것은 내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한 질문이 현실에 대한 불안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뛰어난 조직, 오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초반에는 잘 하던 조직이 어느 순간 현실에 안주하더니 시장에서 도태되고, 인재들이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은 내적 성숙과 외적 위협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야 하는 데 리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뛰어난 조직이라도 망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남조의 양무제이다. 양무제는 초반에는 역사에 길이남을 뛰어난 정치를 펼쳤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불교에 심취한 나머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위민 의식이 떨어져서 급기야 이름조차 기억못하던 일개 장군의 반란에 의해서 숙청당하고 만다.

언론을 통해서 GE의 위기가 많이 얘기되고 있다. 잭 웰치가 이끌던 시절의 GE는 경영의 교과서, 혁신의 모범사례와 같았다. 본인이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이 그 즈음이라 서점에 가면 잭 웰치나 GE와 관련된 서적이 종종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현재의 GE를 보면 아무리 뛰어난 조직이라도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서, 리더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어떻게 하면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고, 구성원들이 조직의 발전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들 수 있는가?


뛰어난 리더는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재들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성과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위의 뒤를 이은 북조와 북제가 그 단적인 사례이다. 황하를 경계에 두고 있던 두 나라의 국력을 비교해 보면 처음에는 동쪽에 있던 북제가 압도적으로 강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북조가 더 강력해져서 나중에는 북조에 의해서 북제가 병탄을 당한다. 북제는 무리하게 한족들을 선비족화시키려고 하다 보니 내부 반발도 컸었고, 무엇보다 인재를 알아보고, 평가하고,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다. 그에 반해 북조는 적극적으로 한족을 융합시키려고 들면서 선비족의 색채를 버리고 편견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활용하여 부국강병을 이뤄낸다.

위 사례는 오픈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편협하고 자기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좋은 인재를 발굴할 수도, 좋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발전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또한 평가도 중요하다. 자신과 같은 선비족이라고 해서 높이 등용하고, 반대로 피지배민족인 한족이라고 해서 멸시를 한 게 아니라 냉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서 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진나라'는 생소한 사람도 '사마의'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죽은 공명이 살아있는 중달을 이긴다'는 고사에서 보듯이 사마의는 제갈공명의 북벌을 막아낸 위나라의 명장이다. 사마의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사마소가 위나라의 왕위를 찬탈해서 만든 나라가 진나라이다. 진은 사치와 퇴폐 문화가 만연해서 50여년의 짧은 역사 뒤로 북방 유목민족들에게 멸망을 당하고, 사마씨 왕족중 한 명만이 양자강 남쪽에서 동진을 창건하여 이후 백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왕조를 유지한다. 진나라의 향락과 사치는 역사에 길이남을 정도로 유명하다. 얼마나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들였으면 그 정도로 지배계급이 사치를 했을 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문제는 황제조차도 그러한 사치에 적극 가담하여 유명한 석숭과 왕개의 사치 대결에 한 발 담갔을 정도이다.

지향점이 없는 조직은 쉽게 부폐한다.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 알력과 반목이 생기고, 급기야 반란과 이탈을 불러 일으킨다.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신경쓸 곳은 일신의 영달일 뿐이다. 국가, 조직, 기업이라는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인 것 아닌가? 하는 의식이 사회에 만연된다.


맺음말

왜 하필 지금 이 책을 읽었을까? 스스로도 참 공교롭다는 생각을 한다. 펼쳐만 놓고 아직 미처 읽지 못한 책이 수십권인데 말이다. 아마 그 대부분이 과학기술에 대한 책이라서 잠시나마 일탈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중국사를 펼친 다음에, 가장 몰랐던 시기의 역사를 제대로 읽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삼국지는 이제 그 횟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읽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에게, 특히 본인 스스로에게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5호 16국, 남북조 시기의 역사를 읽으면서 좀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작년 이 맘때 AI와 관련된 서적을 주파해 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굳힐 수 있었던 데 비해, 올해는 과거의 서적을 통해서 현실을 다져보고 있다. 그렇다고 뿌연 안개가 활짝 걷힌 것은 아니다. 다만 추위에 떨고 있지만 않고, 잠잠히 숙고할 따름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위협 회피와 보상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