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어디든 간에
남편과 나는 3일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어디 가지라는 고민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해외로 결정이 난다. 일단 국내는 비행기가 가는 곳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국내 가는 비용과 해외 가는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우리 집이 공항과 가깝기 때문이다. 외국에 자주 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해외여행이 좀 더 쉽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고 마지막으로 남편은 운전을 싫어한다. 어떤 사람은 드라이브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남편은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어서 웬만한 곳은 차를 주차장에 고이 모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연애 초반 때는 조종사가 운전을 싫어하는 것이 얼마나 어이가 없고 웃기던지.
동기들과도 시간이 맞으면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일단 평일에 가니 사람도 훨씬 없고, 가까운 곳은 티켓도 KTX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KTX 티켓 값이 그렇게 비싼지 몰랐다). 비행으로 갈 때에는 아무래도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일을 해야 하니 현지에서 충분히 마음 놓고 즐길 수는 없다. 비행 12시간 전에는 금주이고, 비행 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일할 때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가는 곳에 왜 또 놀러 가냐고 묻지만, 여행으로 가면 또 다른 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갔던 친구들과의 국내여행은 너무나 즐거웠다. 또 친구들과 함께여서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여행. 그리고 남편과 처음 간 국내여행의 목적지는 부산. 먹을거리와 놀거리가 넘쳐나는 그곳을 시작으로 제주도, 여수, 강릉, 삼천포까지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느끼며 국내여행을 했다. 해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 국내여행은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아직도 우리 부부에게는 해외여행이 조금 더 저렴하고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국내여행보다 낫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가느냐가 여행의 추억을 좌우한다. 어디에 있더라도, 그곳이 엘 에이던 부산이던 남편과 함께여서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