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여행러의 시작 편
내가 그만둔 이유가 남편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내가 그만둔 이유에 남편이 포함돼있는 것은 사실이다. 둘 다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해외를 다닌다면 우리 부부가 만날 수 있는 날은 1달에 며칠이나 될까. 그게 부부일까. 이것이 남편과 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나의 내조를 바란 것은 아니다. 그는 말했다.
애기가 생기기 전까지 우리 신혼을 마음껏 즐기자!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오빠의 비행 스케줄에 맞춰서 내가 따라가는 여행도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해외를 나가니 우리 엄마가 내게 물었다.
비행기 타는 거 힘들지 않니?
나는 앉아서만 갈 수 있으니 너무 편한데~ 서서 일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렇게 다니고도 지겹지 않아?
아니? 하나도 안 지겨운데? 너무 재밌어!
그랬다. 나는 여행이 질린 것은 아니었다. 아니, 심지어 나는 어릴 적부터 여행을 참 좋아했다! 비행으로 다니는 여행은(여행으로 다니는 비행이라고 해야 할까) 일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여행이었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를!
여행이 나에게 주는 행복.
여행을 계획하며 기다리고, 여행지의 날씨를 검색해서 무슨 옷을 입을지를 고민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면 무엇을 먹을지를 남편과 쫑알쫑알 얘기하는 그 설렘의 시간.
승무원으로 근무할 당시 자주 갔었던 레스토랑에 남편을 데려가 나의 단골집이라 소개도 하고, 남편과 몇 년 전에 갔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다시 찾아가며 연애 때의 추억을 되살려 보기도 하고.
여행을 갔다 오면 항상 아쉬운 마음이 뒤따르지만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며 남편과 재방문할 곳들의 리스트를 만들며 약속을 하고 또 다른 여행지를 탐색해 보는 시간.
여행의 순간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이 글을 통해 조종사의 아내로서의 삶과 프로여행러로 거듭난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