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관두고 쉬는 기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나 둘, 포기하는 것들이 생긴다.
내 시간이 많아지면 하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다 해서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것들을 포기하고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몰두하게 된다.
하나 둘, 책임감과 동시에 하나 둘, 포기하고 버리는 게 생겨난다.
서른네 살 밖에 안 된 청년이 벌써부터 넋두리냐며 질책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리지 않은 나이임엔 분명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기꺼이 포기하는 게 많아진다는 걸까. 어디까지, 무엇까지 포기해야 어른이 되는 걸까' 가만 생각해 보았다.
어제, 아버지에게 물었다.
'꿈이 뭐였어요?' 마치 지금의 당신에겐 꿈이 없을 거라 예단한 듯해서 다급히 질문의 토씨를 바꿨다.
'아니, 꿈이 뭐예요? 아버지?'
'꿈? 기억도 안 난다 인마야.' 하고 대답하신다.
서른네 살의 아버지를 떠올려보았다. 그때 내 나이는 다섯 살 정도였을까.
내게 꿈이 있듯 당신에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 이젠 그저 '기억나지 않는다.' 하시는 그 대답이 슬프고 슬프다.
아버지는 언제 어른이 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