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쓰게 된다는 것.
우리. 쓰는 인간.

Mrs Green Apple_나라는 것(Caren cover.)

by 양영석

브런치북을 연재한 지 세 달이 다 돼간다. 9월 20일의 첫 글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빼놓지 않고 글을 써왔다. 아니, 실은 몇 꼭지 원고들은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니 '매주 일요일 한 편의 글을 업로드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어떻게든 연재 일정을 지켜왔으나 오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쟁여뒀던 원고가 떨어졌고 새로 쓸 글감이 도통 떠오르지 않아 몇 주 동안 속을 태웠다. 반쯤은 포기한 심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빈 화면에 커서가 깜빡이는 것만 바라봤다. 뭐라도 읽으면 영감이 떠오르겠지, 생각하며 책 두 권을 다 읽을 동안에도 키보드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이렇게 일요일이 지나는구나, 생각하며 업로드하지 못한 브런치북을 들여다보는데 뜻밖의 알람들이 나를 맞았다. 실제로는 한 번도 조우한 적 없는 브런치 작가들이 이런 내 상태를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지난 일주일간 덮어둔 내 글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그중 특히 인상적인 사람들이 있다.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는 중학생 작가 친구들

한참 모자란 내 글을 앞으로도 계속 읽겠다는 듯 구독해 준 칼럼니스트

회사생활을 하며 괴테를 역설하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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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되겠답시고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 편집자로의 경력을 시작했을 때에는 필연적 고독에 몸부림치며 죽을 운명인 줄만 알았는데, 새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덕분에 난 오늘 매주 일요일 한 편의 글을 연재하겠다는 결심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언젠가 '잠시 멈춤' , '얼음'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무력감과 외로움도 느끼겠지.


하지만 우리. 쓰는 인간. Homo Scribens에게는

내가, 우리가, 든든한 동료들이 있으니 너무 오래 외롭진 않았으면 한다.




글 쓰며 들은 곡

Mrs Green Apple_나라는 것(Caren cover.)


https://www.youtube.com/shorts/5gr6Fdwwv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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