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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고지고

by 샤론의 꽃



안방을 기웃거리던 햇볕이 놀러 왔다가 금세 도망갔다. 훔쳐볼 게 없나 보다. 그래도 햇볕이 머물던 자리에 선물로 온기를 조금은 남겨 놓고 사라졌다. 봄인 듯 아닌 듯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었나 싶다. 예전 같으면 원미산 진달래 축제 기간이건만,

진달래가 피었는지 보고 싶다. 원미산으로 향했다. 스산한 날씨 때문에 꽃잎을 제대로 펼칠지 의문이다. 산 입구에는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진 않았지만 가족끼리 친구끼리 무리지어 진달래동산으로 향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꽃길을 걸었다. 젊은이들도 패딩점퍼로 무장하고 나왔다. 무심코 얇은 옷차림으로 나왔는데 변덕스런 날씨 때문인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몸에 스며든다. 봄 인 듯싶다가도 겨울로 회귀하고 기분 좋으면 햇살 한 움큼 뿌리고 도망치듯 사라진 후 찬바람을 몰고 온 날씨가 야속하다.


아무리 봐도 산에 붉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은빛으로 채색한 예전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던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 해마다 진달래 축제 기간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꽃 숫자만큼 사람들이 모인다며 공중파 방송의 아홉시 뉴스에서 소개하곤 했었다. 코로나팬데믹을 거치며 한동안은 원미산 진달래 축제도 없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진달래 동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데드라인을 쳐 놓아서 출입금지구역으로 사람들 발걸음을 막았었다.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불안 때문에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며 나락으로 떨어질 때 활짝 핀 진달래라도 보면 마음의 위로가 되었을 터인데 말이다.


올해는 심술궂은 날씨 때문에 꽃을 아름답게 피울 만큼 따뜻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머금고 꽃잎을 펼치기도 전에 눈비가 지나간 바람에 꽃잎을 펼치지 못하고 움츠린 상태로 개화했다. 산허리에는 꽃으로 붉게 꽉 채웠던 자리에 빈공간이 듬성듬성 보여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는 자연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법칙이기에 취약한 자연생태계의 생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산등선을 돌아가자 겨울잠에서 깨어난 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하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새들이 꽃바구니처럼 보금자리를 지어 나뭇가지 위에 걸어놓았다. 까치들이 퍼득거리며 제집 주변을 돌며 동료를 부른다. 아기다람쥐 한 마리가 나무 기둥 옆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본다. 귀여운 모습을 담으려고 스마트폰을 들이대자 잽싸게 도망간다. 나는 다람쥐가 노는 평화로운 공간을 침범한 침입자다.


겨우내 혹독한 추위와 맞서던 나무들은 봄비를 맞고 잠에서 깨어나 쌀눈 같은 움을 터트리려고 준비 중이다. 꽃이 지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파란 나뭇잎이 솟아난다. 자연은 제 속도에 조바심하지 않고 늘 하던 그대로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고 동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생태계의 순환이 다시 가동되는 모습을 보면 참 경이롭다. 자연 속에서 변화를 느낀 순간 메마른 도심에서 우리들의 피난처가 된 원미산은 꽃으로 숲으로 삶에 지친 부천시민을 품어주고 위로해준다.

발길을 돌려 진달래 동산을 거쳐 내려온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진달래는 피고 져도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 내년 봄이면 기다리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활짝 핀 아름다운 꽃을 또 선사할 것이다. 심리적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따듯이 품어주고 위로해주는 원미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진달래가 많은 사람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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