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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련 Sep 04. 2018

내 가진 것 하나

지나가는 사람 다 들을 수 있게, 앙앙. 서러움이, 막막함이 시끄러워 줄행랑을 치게 도와주고 싶다. 
불쑥불쑥 무심한 생이 패주고 싶게 얄밉다. 숱한 감정들이, 숱한 일들이 성난 파도처럼 달려와 내 마음을 닳아지게 만들지만 살아있어서 얻은 것들이니 괜찮다. 거저 얻은 목숨에 억울함도 분노도 두려움도 노여움도 배신도 공허도 감사하다 여겨본다.

목숨이 당장은 있지 않은가. 그럼 된 거다. 욕심부리지 않아도 인간의 세상이 내 앞에 버젓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말이다. 된 거다. 열흘도 더 남은 생일을 핑계삼아 살갑게 먼저 손내미는 소박한 이들이 있으니  거다.

내가 태어나고 나의 역사가 시작되던 그날! 

쌓고 허물고 버려지고 다시 세우는 날들이 맥없이 이어져도 애 끓이는 인연 하나 마음에 파도쳐 서성이게 만드니 된 거다. 내 뜻하는 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진즉에 알았고 모두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그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또 알 수 없다.

닮은 듯 다른 너를 만났으니 된 거다. 다른 듯 닮은 너를 알았으니 그 된 거다. 악몽같은 삶에 좋아서 애달픈 인연 하나 심었으면 됐지. 넘쳐나는 관계 속에서 외로워도 독촉하지 않는 목숨 하나 있으니 된 거다. 바스러질 목숨 하나에 그렇게 매달려 산다. 부여안고 속울음으로 다들 그렇게 산다.
슬퍼아름다운 삶 하나 가졌으면, 그럼 된 거다. 그럼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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