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내 취미를 말할 것 같으면
소개팅에 나가면
으레 듣는 질문들이 몇 가지가 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퇴근 후나 주말에는 뭐 하세요?"
등등의 질문들이 이어지는데,
몇몇 질문들 가운데는
대답을 머뭇거리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나를 당황하게 하는 질문이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이다.
글쎄, 내 취미가 뭐였더라...
아니, 내가 취미가 있기는 한가?
머뭇머뭇하다가는 당황한 기색을 들킬세라
"글쎄요... 취미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이걸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즐겨서 하는 건 있어요!"라고 운을 떼면
상대방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나기 시작한다.
상대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행여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변하기 전에
나는 얼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무리 짓기에 바쁘다.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서.
넷플릭스 보는 게 유일한 낙인 것 같아요...하핫" 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소개팅 남 중 열의 아홉은
내가 취미라 여기는 '넷플릭스 보기'에 크게 공감하며
자신들의 취미 중 하나도 바로 그거다!라고
흥미를 보였으나
정작 내가 뱉은 대답에 실망스러운 건 나 자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 정말 취미다운 취미가 하나도 없네?'
그때부터였을 거다.
'취미를 갖자! 이게 내 취미예요!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취미!'
그렇게 취미 사냥을 시작했다.
평일엔 열심히 인터넷 서칭을 하고
주말이면 원데이클래스를 전전하며
'도자기 공예' '민화 그리기' '프리다이빙' 등등...
여러 가지 취미활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취미를 가지기 위한 체험들은
만 하루가 채 안되고, 길어야 4-5시간에 불과했던 터라
내게 흥미를 주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들이었다.
그나마 흥미가 생겼던 취미가 있다면
'프리다이빙'이 있는데,
장비 구입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꾸준한 클럽활동을 필요로 했다.
무엇보다 야근이 잦고
불규칙한 퇴근시간이 많은 내게는
맞지 않는 취미였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도 있는 그런 몇몇 이유들로
나는 아직 취미를 찾지 못했다.
내게 소소한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넷플릭스 보기'는 아직 유효하다.
단지,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하나 둘 구독을 시작한 OTT 채널이
다양해졌다는 것!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생각해 보면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나는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
그러니까 무언가 그럴듯해 보이는 취미를
대답 위에 올려놓고 싶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 보기'가 뭐 어때서?라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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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넷플릭스를 보는 것 마저 지루했던 날
유튜브로 방향을 틀어
나도 모르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본 콘텐츠가 있다.
'마흔 전에 꼭 가져야 할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취미!'라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속에 와닿았다.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까르르하고 웃음 짓던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둘 곁을 떠나기 시작하고
각자가 처한 환경에 맞춰 살아가느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요즘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기쁨을 찾을 수 있고,
어떤 활동을 꾸준하게 영위함으로 써 나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일.
이제는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취미'를 갖고 싶어 졌지만,
나의 '취미 찾기'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마흔 전에만 찾으면 되는 거지 뭐!' 하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