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넥스트에 대하여
20대 시절,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머리를 '땅'하고 때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넥스트? 나의 넥스트라...
별 것 아닌 질문이 그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날 그 질문을 받고서
온종일 질문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직도 그 질문이 생각나는 걸 보면
꽤나 인상 깊었던 질문이었나 보다.
'나의 넥스트...'
일종의 목표나 장래희망 혹은
내가 그리는 꿈에 관한 질문이었을 텐데...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한창 가수에 열광할 때
나는 가요프로그램보다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걸
더 좋아했다.
영화관에 불이 꺼지면,
오직 스크린 속에서 새어나오는 빛과 영상에 의지하며
온 신경을 한 곳에 몰두하는 게 좋았다.
그때 작은 취미도 하나 생겼는데,
영화전단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검색 끝에 눈에 들어온 생소한 직업 하나가 있었다.
당시 지방에서는 이름도 낯선 직업 '영화홍보마케터'였다.
'나도 해보고 싶다! 좋아하는 영화 홍보도 하고,
엔딩크레딧에 내 이름 석자도 올려보는 거야!'
잠시 지나가는 바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바람은 대학 졸업 전까지 이어졌다.
대학시절 나의 넥스트는 그렇게 그 꿈과 함께
'서울 상경, 영화홍보마케터, 엔딩크레딧'으로 점철됐다.
'나는 꼭 그렇게 되고 말 거야'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서였을까?
졸업 후 나의 넥스트는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 지금은 영화홍보마케터가 아닌
다른 직종의 일을 하고 있어요 :-) )
그런데 거기까지였던 거다.
나의 넥스트는 딱 거기까지였다.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당장에 주어진 현실에만 집중했다.
"켠주씨의 넥스트는 뭐예요?"라는
그 질문을 다시 돌이켜 보면
나는 그때 더 이상 꿈이랄 것도 없고
이상이랄 것도 없던
내 상태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늘 꿈을 먹고살던 나였는데
내가 더 이상 꿈이란 걸 꾸지 않고 살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서른다섯 살이 아닌
서른 더하기 다섯 그리고 찾아온 사춘기를 일컬어
스스로를 서른오춘기라 부르는 요즘
나는 다시 그 질문을 곱씹어본다.
'넥스트라... 과연 나의 넥스트는 뭘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재미없는 일상에서
나는 또 현생살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그저
'행운이란 게 언젠간 나에게도 찾아오지 않을까' 하며
종종 이 녀석을 사는 것만이 나의 넥스트 같기도 하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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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꿈꾸게 하며
삶의 활력이 되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