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우리 집 세입자가 1년만 살겠다고 1년 계약해 달랬잖아요? 그런데 1년 지나도 아무 말이 없길래 그냥 계속 사나 보네.. 하고 말았는데 어젯밤 느닷없이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세입자는 1년 후에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해야 한다고 1년 계약을 요구했다. 그래서 2020년 10월 5일부터 2021년 10월 4일까지 거주하기로 하는 1년짜리 전세 계약을 하였는데, 작년 10월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어서 임대인은 그냥 더 살려나 보네 하고 무심히 넘겼다.
그런데 간밤에 갑자기 임대인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임차인입니다. 제가 1년 계약을 하여 계약 만기일이 작년 10월 4일이었는데 아무 말 없이 넘어가서 묵시적 갱신이 되었습니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차인인 제가 이사 나간다고 말한 뒤 3개월 후에 보증금을 빼주셔야 합니다."
임차인이 1년 계약이 넘어가자 묵시적 갱신을주장한 것이다.
☞ 묵시적 갱신이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않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는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2기(期)의 차임액(借賃額)에 달하도록 연체하거나 그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임차인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그러나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契約解止)를 통지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아무튼 1년 계약을 한 후 1년을 넘겨서 계속 거주하던 임차인이 갑자기 이사를 나가겠다고 통지하면서 분쟁이 생겼는데 각자의 주장이 서로 상이했다.
임차인 : 1년 계약 후 묵시적 갱신으로 거주 중이니, 내가 나가겠다고 통지한 지 3개월 후에 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한다
임대인 : 임대차 계약은 2년이 지나야 묵시적 갱신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니, 2년이 안된 경우에는 3개월 통지 효력이 없다.
주임법상 2년 미만의 계약은 2년을 주장할 수 있어 1년 계약만 한 경우 추가로 1년을 마저 더 살 수 있다는 것을 잘못 이해해, 1년 계약의 묵시적 갱신으로 새롭게 2년을 주장하는 임차인들이 간혹 있다. (1년+2년) 그래서 1년 계약에는 묵시적 갱신이 인정 안된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6다 5551, 5568 판결>과 <서울지방법원 1995. 12. 20. 선고 95나 37901 판결>의 요지는
"주택임대차에서 1년 만기로 계약한 임대차 만료일이 말없이 지났다고 하여 묵시적 갱신에 의한 추가 2년 연장 요구는 할 수 없다. 2년보다 짧게 계약한 임대차에 대하여 임차인에 의한 계약상 만기 종료를 인정한 조항은, 임차인 스스로 종료를 시키려는 경우에 한정하는 것이지 재연장의 묵시적 갱신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 즉 묵시적 갱신에 의한 연장은 2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1년 계약 시 1년만 살 것인지 2년을 마저 채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임차인이 묵시적 갱신까지 주장할 수 있게 되면, 임차인은 계약일로부터 1년 또는 2년이 경과한 시점 중 마음대로 선택하여 묵시적 갱신을 주장하거나 임대차 종료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가 하면
임대인의 경우는 매 1년의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최소한 2번 (임차인이 만료일을 어느 시점으로 주장할지 모르므로) 이상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여야만 비로소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임대인에게 매우 부당할 뿐만 아니라, 계약에 있어서 사적 자치라는 기본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1년 계약하여 1년 시점이 경과한 후에 (2년은 안됐고) 임차인이 갑자기 나가겠다고~ 3개월 후에 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하는 주장은 합당할까?
한마디로, 2년 미만 계약은 묵시적 갱신이 인정 안된다. 그래서 1년 계약하여 '1년은 경과하고 2년은 안된 상황' 이면 만기 전으로 보아서 저 위 문자메시지의 임대인 주장이 맞다.
1. 원래 2년 계약인데 임차인의 편의를 위해 1년 계약을 체결해 주었음.
덕분에 임차인은 계약서대로 1년만 살지 아님 법대로 2년을 채울지 양자택일 할 권리가 생김.
2. 계약서대로 1년 차에 나가지 않았다면 2년을 마저 채워 살아야 함. 1년 차에 안 나간 건 1년 계약도 2년을 주장할 수 있다는 근거에 의한 것이므로 묵시적 갱신이 아니어서 3개월 통지는 효력 없음.
3. 1년 계약 후 자동으로 넘어가면 묵시적 갱신이 되는 것이 아니고, 나머지 1년을 더 채워서 2년이 되어야 비로소 만기가 된다. 그렇게 계약일로부터 2년 차가 되었을 때 다시 '말없이 넘어가면' 묵시적 갱신이 된다.
4. 만기 시점에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save 되어 있는 것이고, 2년 후에 다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
5.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재계약을 하였다가 계약기간을 미처 채우기 전에 이사 나갈 상황이 된 경우, 임차인이 통지한 후 3개월 후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해주어야 함.(계약갱신요구권은 묵시적 갱신 계약과 마찬가지로 계약기간 중이라도 임차인은 이사 나갈 수 있으며 이사 나가겠다고 통지 한 3개월 후가 만기가 됨.)
그런데 임대인들은 임대차 만료일 즈음에도 임차인들이 말없이 있는 건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는 거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방치하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대인한테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있으니 임대인들은 가급적 만기 2개월 전에는 갱신 의사를 확인하여 묵시적 갱신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묵시적 갱신이 되었다가 2년 후에 임차인이 비로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기존 임대차 계약기간까지 포함하여 총 6년을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임대보증금 시세가 올랐다고 해도 반영을 못한 채로)
요즘은 역전세난으로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부분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