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란 무엇인가?

원효대사 해골물과 장금이의 명대사는 과학이다.

by 양촌와이너리

요상한 술을 만드는 나에게 있어

맛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는 아마 이 일을 계속하는 한

계속 따라오는 주제일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 식품공학을 배웠으나,

배우는 과정에 "맛에 대한 학문"은 거의 전무하다.

유전자, 유기화학, 유체역학, 미생물학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실제로 맛에 대한 과학적인 영역들은 생각보다 밝혀진 것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다.


맛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혀.

혀에서 느끼는 맛. 미각은 현재 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다섯가지 맛이다.

이 다석가지를 정하는 기준은 규명된 수용체와 원리가 밝혀져 있는가? 수용체로 얻어진 정보가

규명된 단일 경로로 뇌에 전달되는가?로 구분되어져야 정확히 맛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까지가 위 2가지 영역에서 구분되어지는 맛이다.

이것은 현재까지 규명된 것이 이정도까지 이다 이지, 이게 끝이다는 아니다.

지금도 제 6의 맛이 물맛, 지방맛 등등으로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음식의 맛을 느낄 때, 혀로 느끼는 저 5가지 맛이 주는 영향도는

생각보다 아주 많이 적다. (과학적인 주장이다.)

아주아주 많이 쳐줘야 50% 정도?

복잡한 음식일 수록 혀의 미각이 주는 인간이 느끼는 "맛"이라는 부분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점점 낮아진다.


실제로 맛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영역은 후각이고 그 외에 촉각도 크게 작용한다.

따뜻한 국과 식은 국에 맛의 차이. 사실 혀로 맛을 느끼는 기작에 의하면 두 국은 동일한 맛이어야 하지만,

우리는 따뜻한 국은 맛있고 식은 국은 맛없다라고 느낀다.


그나마 혀의 미각은 5가지 정도로 규명이라도 되었지만,

우리가 맛을 느끼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후각의 경우는 거의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다양한 휘발성 화합물을 인식하는 인간의 후각 수용체는 약 400여종이라고 하는데,

이 400종이 각각의 개별의 향기를 인식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가상으로 예를 들자면,

어떤 향기가 코로 들어와서 400개의 수용체 중에 1번 10번 105번 수용체와 반응하면

포도향, 1번 10번, 305번, 306번과 반응하면 나무향을 느끼는 식으로 그 조합에 의해 뇌에서 그런 향이라고

그냥 인식하는 구조다.

더군다나 이를 인식하는 뇌의 영역이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으로 전달되어

향을 인지하는 구조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그러니 사실상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가

"어찌 홍시 맛이 나냐고 하시면, 홍시 맛이 나서 홍시맛이라고 하였는데...(어쩌란 말이냐?)"

라는 말은 매우 과학적인 답변이다. 그냥 말 그대로 내 뇌가 홍시라고 느꼈을 뿐이다.



우리의 맛을 느끼는 것은 매우매우 아주아주 주관적이다.

(과학적인 사실이다.)


규명된 혀의 5가지 맛에서도 매우 제각각의 감도를 느낀다.

어떤이는 달다, 어떤이는 시다 어떤이는 짜다. 라는 식으로 차이가 있다.

후각은? 말할 필요가 있는가?

400개 수용체의 무작위 조합의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데다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감정과 기억의 뇌 영역에 있다는 것은

사실상 그냥 모두가 장금이 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맛을 느끼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후각이니,

아마도 같은 음식을 먹고 있지만 내가 느끼는 맛과 맞은편 사람이 느끼는 맛이 같을 확률은 0%다.

그저 둘 다 비슷한 선호도를 느낄 수는 있겠다.


이 매우 과학적인 사실은

술을 만드는 나 뿐만 아니라, 술을 사먹는 소비자? 매니아? 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1. 술 맛을 표현하는 프로파일에 연연하지 마라.

고급 샴페인에서 참기름 2방울 똑 떨어뜨린 것 같은 향이 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이지 내가 먹었을 때 그 향이 난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향이 나지 않으면 아.. 아직 나는 술맛을 느끼지 못하는 구나.. 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마 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다른 향을 본인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는 이번에는 느끼지 못하였는데 다음번에는 느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믈리에들이 쓴다는 아로마 키트의 향을 맡아본 적이 있는가?

맡아보면 대부분 반응이 그렇다. 읭? 이게 이향이라고? 읭?


2. 모두가 장금이다.

그러니 어느 전문가의 리뷰나 맛 표현 연연하지 마라.

다른사람이 아닌, 내가 느끼는 것을 세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술 맛은 그런 재미로 먹는 것이 아닌가?

무슨 잘 먹지도 않는 블랙커런트? 넛맥?향이 난다고

킁킁대며 그 향이 나나 맡아본 들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저 나도 장금이다. 라는 생각으로 어? 이런 향이 느껴지는데?

어? 이 느낌은 뭐지? 어릴 적 다락방에서 맡아본 푸근한 느낌인가? 같은

부끄러워 하지 말고 온갖 주접을 떨 필요가 있다.


3. 이왕 돈 쓰고 술을 샀으면... 그렇다. 온갖 주접을 떨어야 한다.

우리가 맛을 느끼는 것의 상당 부분이

뇌의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과 닿아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다.

그러니 분위기, 사람, 그 당시 감정 등이 술 맛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그 술에 맞는 뉘앙스의 분위기를 만들어라.

샴페인을 먹을 때는 샤랄라하게

위스키를 먹을 때는 "고독한잔 주시오." 같이..

음악도 좋고 조명도 좋고,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나는,

술을 사서 무슨 수상대회 심사위원처럼 척 놓고 마시는 것은

매우매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즐길 준비를 하라. 주접을 떨어야 한다.


4. 평소에도 다양한 향을 기억하자.

가을철 가을비가 내린 다음날 등산을 한 적이 있는가?

더운 여름철 등산을 한적이 있는가?

산에 오르면 계절마다 그때의 그 향이 있다.

소복히 앉은 젖은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와 촉감과 함께 은근히 올라오는

낙엽의 향기..

여름철 계곡가의 콸콸 흐르는 물 소리와 젖은 이끼의 촉촉함속에 울창한 나무들이

주는 상쾌한 향기..

그렇다. 향을 무슨 아로마키트 처럼 나무향, 이끼향 이렇게 느끼는 것은

너무 멋없지 않은가? 우리는 로보트가 아니다.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상황과 추억들도 고스란히 향과 함께 기억될 수 있다.

인생이 더 풍요로워 지지 않을까? 그렇다.. 주접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평소에도 그 상황과 그 공간에 향을 함께 느껴보려는 습관? 노력?은

분명, 술 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미슐랭 심사관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다.

(이건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과학의 원리에 근거한 말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동시에, 머리도 좋아진다!!!!



결론,

주접이라 표현했지만,

무언가 현재 앞에 놓여있는 것을 내가 느끼는 주관 그대로

즐겁고 재밌게 즐기려는 자세를 훈련한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의 술을 실패하지 않고 돈아깝지 않게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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