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시결 비하인드 메이킹 필름 감독판?

족보 없는 이 술은 아이러니하게도 족보를 위해 만든 술이다.

by 양촌와이너리

얼마 전 출시한 신제품인 추시 결.


이 술은 소비자들에게 의문투성이인 술인걸 안다.

포트와인인가 과하주인가 꼬냑인가?

복잡스런 맛과 제조법에 출시 전부터 걱정스러웠던 이 술은 정체성에 있어서 만큼 족보가 없는 전례없는 술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술은 족보를 만들고자 출시한 술이다.


-한국 와인?

한국 와인은 시장 내에서 입지가 되게 애매하다. 전통주시장쪽에서는 와인이자나?

와인시장쪽에서는 전통주라며?


와인은 정확히 보면 포도로 만든 술이 맞다.

특이하게도 한국 와인 업계는

포도가 아닌 과일로 만든 와인이 굉장히 많다.


왜?

역사를 훑자면 너무 길고

배경을 보자면 한국 와인은 지역농산물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시작된 산업이다. 농업계에는 6차산업이란게 존재하는데 1차 농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 이 세가지를 농업에 연계하는 개념이다.

정책적으로 이 개념이 붐이 일어난 시기가 2000년 초쯤 시기여서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이 시기에 많이 생겨났다.


"와인"을 만들자 에서 출발한것이 아니고

"지역농산물"로 술을 만들자. 가 한국와인의 시발점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술 역사에는 과일만을 발효해 만드는 술이 없다. 쌀로 술 만들때 섞어넣는다거나 증류주에 담가 우려먹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지역 과일주들이 와인이라는 키워드를 쓰게 된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막걸리. 소주. 같은 키워드가 있었다면 그런 단어를 써서 전통주 카테고리에 안정적으로 녹아들어갔을수 있다.


그러니 한국 와인을 서양의 와인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술이라 보지 말자.


한국 와인은 우리나라 술 역사에

과실주라는 새로운 챕터를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봐야한다.


좀 어거지 같다고?

배추김치를 봐라.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 케이푸드

배추김치는 19세기쯤 외국에서 들여온 고추와 20세기 우장춘박사님이 개발하신 배추품종의 결과물이다.

말그대로 현대에 만들어진 식품인 셈이다.

조선시대 선비님들은 뻘겋고 속이알찬 포기김치를 드셔본적이 없다.


우장춘 박사님 같은 업적은 아니더라도 우리술 역사책에 새로 수록되는 과실주챕터의 한 단락이라도 걸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번 술을 만들었다.


지금의 배추김치 역사가 한 80년 되었다치면 우리 와이너리도 20년쯤 되니 나 죽을때까지만 버티면 되려나?


더군다나 감.

감 만큼 한국적인 과일이 없다.

감은 그 자체가 시초의 뿌리가 우리나라에 있다.

중국. 일본. 한국 이 3나라만 먹는 과일이고 전 세계 감 생산량의 93프로쯤 된다.


전래동화. 속담만 봐도 감 만큼 친숙한 과일이 있는가?

그러니 한국 과실주 역사 챕터에 나는 단연 감 과실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분명히 조상님들이 감으로 술을 빚었을거라고 본다. 기록을 아직 못 찾을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이번 술에는

전통성?정통성?을 주장할 만한 요소를 세웠다.

1. 순수하게 감만 쓰자.

2. 오래 숙성하자.


이 두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려면 양조 기술적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는데

1.오래 숙성하려면 도수가 높아야한다.

2.도수가 높으려면 감의 당도가 높아야한다.


홍시는 당도가 보통 20-24브릭스로 제법 잘 나오는 과일이지만 장기숙성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러다 생각이 든 곶감!!

곶감은 보통 30-60브릭스다!!


이렇게 홍시와 곶감을 쓰는 것을 3년전부터 시도했다.

그치만 발효주로서 건체인 곶감의 발효는 여러 문제를 수반했고. 여차저차

홍시로 술을 빚고 거기에 감 증류주를 넣는 과하주 방식을 떠올렸다.


과학적으로 알콜도수가 18도를 넘어가면 미생물들이 거의 살지 못한다. 포트와인이나 과하주가 탄생한 배경도 술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니 당연히 장기숙성이 된다.

포트와인은 30년씩 숙성하기도 한다.

좋다. 이로써 앞으로 30년은 강제적으로 버텨볼 이유가 생겼다!


나는 한국술을 빚으니 이 술은 과하주다.

과하주는 말 그대로 여름을 넘기는 술이다. 여름에 더워도 술이 상하지않고 견뎌내는 술.

그러니 당연히 나는 이 술을 더운 한여름에도 냉장시설을 돌리지 않고 견디리라 믿었다.

여름이 지나니 묘한 산미가 생겼다. 초산균 같은 균에 의해 생성된 산 성분이 아니라 산화숙성으로 느껴지는 산미. 의도치 않게 얻어 걸렸다.


구운 곶감?!?


이 술을 처음 만들즘은 나와 가족들도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와 얼마되지 않은 때이다.

그래도 서울에서는 못하는 시골에서만 가능한것들이 있다.

리트리버 대형견을 키우는 것. (이름은 치즈다.)

마당에서 편하게 바베큐를 하는 것.


바베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데

마이야르와 캐러멜라이징.

이 두 반응은 생각보다 매우 많은 요리에서 쓰이는 화학반응이자 요리기법이다.

인간은 이 반응으로 생겨난 풍미를 본능적으로 좋아하는것 같다. 단순 잘 구운 고기부터 커피. 달고나 등등. 심지어 제육볶음도 이 반응을 생각하며 볶으면 더 맛있게 된다.


오크통 역시 이 반응의 산물이다.

다들 나무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을 쌔까맣게 불로 태운다. 안 구운 오크통은 아마도 히노끼사우나맛이 날거다.

나무가 불에 그을려지며 마이야르와 캐러멜라이징으로 생겨난 향미들이 술에 스며드는 것이 핵심이다.


엇! 곶감을 굽자!

곶감을 잘게 잘라 팬에 한참을 볶으니 달고나냄새와 빵냄새 커피냄새가 났다.

나는 이 방식을 알아냈을 때 정말정말 기뻤다ㅎㅎ

그렇게 구운 곶감이 탄생했다.


오크통에 숙성하는 술을 한국술이라고 하면 그렇지않나?

배추김치에 고추가루를 넣었을때도 그랬겠지?

역사를 보는 긴 호흡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배추김치 처럼 전혀 이상하지 않다.

술은 오크통에 숙성하는 것이 옹기보다 맛이 좋다.

우리나라도 참나무가 정말 많다는데. 아마도 십수년 안에 국산 오크통 제작이 점점 성장할거라 본다.



그러니 이 술은

우리나라 전통 고유 과일인 감과 곶감으로 만든 과실 과하주다!


내가 매우 애정하는 구스타프말러라는 작곡가가 있다.

기회될 때 아디지에토 라는 곡을 들어보시라.

이 분은 고전클래식과 현대클래식의 교두보를 잇는 매우 중요한 분이다.

살아생전에는 작곡가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현재와서는 거장이 되신 분이다. 시간이 된다면 이 분의 일대기도 봐보셔라.. 꽤나 짠하다.


이 분의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전통은 다 타버린 재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불꽃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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