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이혼소송, 증거 수집하는 것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유독 가정폭력에 관대하다. 아내가 감히 남편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적 태도를 아직 버리지 못한 사람이 많아 폭력 자체를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남의 가정의 일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가정폭력은 재판상 이혼사유 중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된다. 여기서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모욕을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히 부당한’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혼소송에서 가정폭력은 참 입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혼을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은 아니기에 폭언이나 폭행을 대비해 녹음을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통 없다. 몇 차례 심한 폭행이 있어도 같이 살아야 하기에 일단 용서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배우자가 매일 폭언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러도 이를 매번 신고할 수 없는 일이고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목격자도 없다. 보통 자녀들이 폭언이나 폭행에 대한 확실한 목격자인 경우가 많은데 법원은 자녀들 진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운이 좋아 한두 차례 심한 폭언이나 폭행 상황을 녹음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이혼 사유에 이를 만큼의 ‘심히 부당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의뢰인에게 다음에 또 폭행을 당하시게 되면 꼭 경찰에 신고하시라고 조언을 해주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의뢰인이 다시 폭행을 당해야만 이혼을 위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이 아무리 수시로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줘도 법원은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한다. 법원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입장에선 갑갑하기만 하다.
접근금지가처분이나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피해자가 자신이 폭행을 당했음을 입증해야 하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무용지물이다. 법원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절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조언을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지만, 혹시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면 꼭 피해상황을 녹음하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폭행이 있으면 그때그때 경찰에 신고하길 꼭 당부드린다. 폭행으로 인해 다쳤을 경우 병원에 방문하여 배우자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그 이유가 기재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좋다.
단언컨대 가정폭력은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고 당부드리고 싶다. 아내나 어린 자녀와 같이 힘없는 약자에게, 자신이 가장 아껴주어야 할 가족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사람은 애초에 고쳐질 사람이 아니다. 이혼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가정폭력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보단 훨씬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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