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tay foolish

<고수의생각법> vs. <무엇을버리고무엇을지킬것인가>

[양삘의 북캐스트 Book&Book] 다섯번째 이야기

by 양성필

¶ Prologue

국수(國手)는 바둑,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국수'라는 말보다는 한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역량이나 식견을 지닌 사람을 표현하는 말로 우리는 흔히 전문가(專門家), 고수(高手), 달인(達人)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가끔 급식체를 빌어 '킹왕짱', '종결자', '끝판왕'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프로(professional)'라는 말도 있다.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을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했을 때, 또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했을 때 우리는 "와우! 역시 넌 프로야!"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이들 전문가, 고수, 프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삶 외에 대체 어떤 방식으로 내면의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마주할 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이번 <Book & Book>에서는 우리가 '고수'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있을 수 없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프로 바둑기사 조훈현이 쓴 <고수의 생각법>과 역시 우리나라 광고업계에서 '프로'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최초의 공채 출신 CEO인 前 제일기획 김낙회 사장이 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란 두 권의 책을 통해 전문가, 고수, 프로로 불리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넓이와 깊이를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다.




¶『고수의 생각법』

최근 들어 부쩍 우리의 인생에 참으로 많은 정보와 지식과 생각과 조언이 난무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하기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에 더해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어떤 정보, 어떤 조언을 선택할 것일지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고 또 요구된다.


이 책이 출간된 2015년을 기준으로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수(國手)로 칭해지는 최고의 바둑기사 조훈현.


저자는 <고수의 생각법>을 통해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생각이 필요하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결과가 달라진다고 하면서 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확신을 가진 '나만의 결정'을 내리고 '나만의 인생'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기약이 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험난한 길일 수 있지만, 또 향후 그 길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기에 두려움이 앞설 때도 있지만, 생각하는 일을 멀리하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나는 바둑 하나밖에 모른다. 만 다섯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목포에 있는 유달기원의 문턱을 넘었던 그날부터 환갑이 훌쩍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건 오로지 바둑이다. …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인생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바둑밖에 몰랐지만 그 안에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경험했고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 음모와 배신까지 경험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바둑판만 끌어안고 사는 따분하고 고요한 인생이었을지 몰라도 내 머릿속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요동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한국 최고의 승부사 조훈현이 말하는, 인생에 담대하게 맞서는 고수의 생각 법칙 10가지를 정리해 본다.

1단 _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다르게 생각해라,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라

"나는 그저 생각 속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내가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낸 것이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2단 _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 재주가 덕을 넘어서는 안 된다, 생각의 바탕은 인품이다, 챔피언의 무게를 견뎌라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으면 자란다.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를 뻗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키켜야 한다"


3단 _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라
* 포기하지 않는 자는 반전을 노린다, 너에게만은 질 수 없다, 새로운 ‘류’로 승부해라, 어떤 상대에게도 기죽지 마라

"이길 수 있다면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전의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버텼던 이유는 이겨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아직 이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패배의 아픔에 절대로 무뎌지지 않는 투쟁 정신. 어떻게 보면 이것이 계속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훗날 정상에서 내려와서야 알게 되었다"
"고수가 갖춰야 할 싸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4단 _ 판을 정확히 읽고 움직여라
*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충실해라, 판 밖에서 바라봐라, 꿈보다 현실이 먼저다, 고수의 말을 잘 들어라, 버려야 할 것은 미련 없이 버려라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바둑판 밖에서 보면 8집이 더 유리하다는 '반외팔목(盤外八目)'이란 말이 있다. 불안, 초조, 욕심 등으로 인해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걸 비유하는 말이다. 인생도 그렇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고난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에 자기만 불행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 멀리서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또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5단 _ 더 멀리 예측해라
*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해라, 문제는 언제나 욕심이다, 신념을 위해 악수를 둔다, 프로는 시간을 이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우리는 그럴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다"
"바둑에서 악수는 절대로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인생은 다르다. 악수인지 알면서도 놓아야 할 때가 있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을 때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6단 _ 아플수록 복기해라
* 눈을 부릅뜨고 실패를 봐라, 적의 아이디어를 배워라, 고수는 날마다 복기한다, 실패의 기억 따위는 지워라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7단 _ 생각을 크게 열어라
* 적의 성장을 기뻐해라, 살아남으려면 문을 열어라

"바둑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러할 것이다. 혼자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서로 나누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8단 _ 사람에게서 배워라
*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 더 많은 사람을 품어라


9단 _ 심신의 균형을 찾아라
* 나쁜 것을 몸에 집어넣지 마라, 젊음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이다, 오래 앉아 있었다면 이제 걸어라


10단 _ 생각할 시간 만들기
* 무엇이 생각을 방해하는가,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비단 바둑에만 적용되는 법칙은 절대 아닐 것이다. 바국판은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이 있듯이 바둑을 생각하는 고수의 생각법이 그대로 인생에도 적용되는 생각법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결국 인생의 답을 찾기 이해서는 생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생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을 때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 심신의 균형, 그리고 좋은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면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아낼 확률도 훨씬 높을 것이다.



바둑을 즐겨 두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이 책에서도 소개되어 있는 바둑을 두는 10가지 비결, 위기십결(圍棋十訣)을 정리해 본다. 역시 마찬가지로 바둑에만 적용되는 경구는 아니리라.


- 부득탐승(不得貪勝) :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
- 입계의완(入界宜緩) : 상대의 세력권에 깊이 들어가지 마라
- 공피고아(攻彼顧我) :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라
- 기자쟁선(棄子爭先) : 돌을 희생하더라도 선수를 잡아라
- 사소취대(捨小就大)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 봉위수기(逢危須棄) : 위기에 봉착하면 불필요한 것은 버려라
- 신물경속(愼勿輕速) :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라
- 동수상응(動須相應) : 행마를 할 때는 서로 연관되고 호응이 되게 하라
- 피강자보(彼强自保) :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우선 안전을 도모하라
- 세고취화(勢孤取和) : 고립되었을 때는 화평을 취하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이 책은 前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이 40여 년을 광고쟁이로 살면서, CEO로 있었던 마지막 6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결단의 순간마다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았던 질문들 일곱 가지를 저자의 경험과 여러 인문학 고전을 바탕으로 풀어낸 것이다.


어쩌면 결단을 앞두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더 이득일지 따지는 ‘영악한 머리’가 아니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용감한 심장’이 아닐까?

☞ 결단의 순간마다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았던 질문들 일곱 가지

-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인가, 자부심을 지키는 것인가
- 원칙 있는 융통성인가, 원칙 없는 방종인가
-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회피하고 있는 것인가
- 정보만 보는가, 그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가
- 아이디어일 뿐인가, 실현 가능한 솔루션인가
- 말뿐인 솔직함인가, 투박한 진정성인가
- 위계를 위한 문화인가, 사람을 위한 문화인가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한다면, 이 일곱 가지 이외의 것들은 모두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앞 구절과 뒷 구절이 대비 또는 대조되는 형식의 일곱 가지 질문은 앞서 살펴보았던 '고수의 생각 법칙'과 마찬가지로 광고업에 몸담고 있는 프로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어떠한 업(業)에 종사하든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일곱 가지 질문들과 관련한 핵심사항들을 요약해 본다.


1.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인가, 자부심을 지키는 것인가

- 누가 뭐래도 나는 ‘프로’라는 자부심, 어떤 고난이 있어도 내 이름값은 내가 지킨다는 자부심이야말로 개인을 리더로 만들고 강한 조직을 만든다
- 나의 못남을 인정하고 나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발전해 나간다. 자부심은 말로 이루는 업적이 아니라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 감정이다


2. 원칙 있는 융통성인가, 원칙 없는 방종인가

- 가장 좋은 회사는 분명한 원칙이 있으면서 동시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 주목해야 할 사실은 원칙이 분명해야 융통성의 폭도 넓어진다는 것이다
- 고객과 부딪혔을 때 방법은 둘 중에 하나다. 설득하거나, 협상하거나. 설득은 원칙에 좀 더 무게들 둔 방법이고, 협상은 융통성에 좀 더 무게를 둔 방법이다. 고수(高手)는 가치를 지키되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요령껏 지켜낸다


3.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회피하고 있는 것인가

- 잘못된 결정보다 결정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 사실상 결단은 타이밍이다. 이것이 최선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최고의 차선’을 뽑아 들고 문제와 맞서는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 혼자서 결정하지 말자. 함께 결정해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의 결단은 구성원의 지혜를 합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리더로서 가져야 할 결단과 책임을 미루지 않으면서도 다른 직원의 권한을 지켜주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4. 정보만 보는가, 그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가

- 직감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직관은 길러지는 것이다.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인문학을 익힌다. 인문학은 사람/삶/이야기다. 통찰이란 결국‘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연결하는 것이 힘이다.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그 결과물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화합적인 것. 서로 다른 경험이 만나 두 개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또 하나의 경함을 만들어 낸다


5. 아이디어일 뿐인가, 실현 가능한 솔루션인가

- 그냥 아이디어가 아니라 ‘팔리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과거에 없던 새로움에 자존심을 걸어라. 결과가 아니라 과정부터 달라야 한다
- 어떤 새도 알 속에서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좌절의 늪에 빠져서도 안 된다. 시도하지 않는 것이 패배이고, 실패는 노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6. 말뿐인 솔직함인가, 투박한 진정성인가

- 오랜 시간을 두고 흐르는 변함없는 가치. 진정성의 힘은 솔직함보다 오래간다. 그 진정성의 기본은 역지사지 정신에 있다
- 어떻게 마음을 얻을 것인가. ① 말보다 배려로 감동시키자 ②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③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자 ④ 짐으로써 이기는 바보가 되자
- <논어> ‘학이(學而) 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7. 위계를 위한 문화인가, 사람을 위한 문화인가

- 생텍쥐베리가 말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마련하고 일감을 나눠주고 업무를 지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을 일깨워 주라. 리더는 회사의 전 구성원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 성과는 인재가 만들지만, 인재는 리더가 만든다. 당나라 사상가 ‘한유’가 탄식했다. “백락이 있고 나서 천리마가 있는 법. 천리마는 늘 있으나 백락이 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좋은 말이 없다고 탄식하는 것은, 아! 말이 없는 것인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리더는 누구일까? 그것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만에 하나라도 리더로서의 자신의 선택이 잘못될 경우에 지게 될 책임을 회피하려는 원인 때문이다. 리더는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고, 리더가 존재하는 이유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과 결단은 없다. 때로는 차선의 선택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프로'라면 결단의 무게를 이겨내고, 원칙에 입각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원칙은 부단한 노력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능력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한 몸이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보고 결단을 내리면 내가 상황을 주도할 수 있지만, 결단하지 못하면 상황이 나를 끌고 다니게 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결단을 내리자.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 Epilogue

글을 마무리하며 또 하나의 책 얘기를 해 본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인문학자 최진석 교수가 쓴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눈부신 도약을 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을 철학적인 의미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철학은 누군가가 한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란 스스로 삶에 대해 '직접 생각하는 것'이다. 제시된 생각의 노예에서 벗어나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철학을 수입한다는 말은 곧 생각을 수입한다는 뜻입니다. 생각을 수입한다는 말은 우리가 수입하는 그 생각의 노선을 따라서 산다는 뜻이고요. 생각의 종속은 가치관뿐 아니라 산업까지도 포함해 삶 전체의 종속을 의미합니다.

철학이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삶의 격을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하는 것, 그 실천적 영역을 의미합니다.

탁월한 인간은 항상 ‘다음’이나 ‘너머’를 꿈꿉니다. 그런데 ‘다음’이나 ‘너머’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안할 수밖에 없죠. 그 불안이 힘들어서 편안함을 선택하면, 절대로 ‘다음’이나 ‘너머’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위엔 여러 분야의 '고수'와 '프로'가 존재한다. '고수'든 '프로'든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역량과 폭넓은 식견을 다 갖추고 있진 않다. 선천적인 재능이 훨씬 더 클 경우에 우리는 '인재(人材)'에 대비되는 말로 '천재(天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물론 어느 정도의 선천적인 재능이 뒷받침되었겠지만, 대개의 경우 '고수'는 엄청나면서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졌다. 분명한 것은 오만에 빠진 사람은 결코 '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고수'가 될 수 있다.


바둑판에서 9급 열 명이 아무리 들여다봐도 못 보는 수를 1급 한 명이 금방 본다고 한다. '고수'의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새겨들을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나중에 '고수'가 될 수 있다.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다가는 변화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조훈현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 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 분야의 '고수'가, '프로'가 될 수 있다. 자신감만큼 젊어지고, 두려움만큼 늙는다.


또한 모름지기 '고수'라면 내려놓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가끔씩은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일, 몰두해 있는 과업에서 잠시 벗어나 관조의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면 일과 고민이 더 쉽게 술술 풀릴 수도 있다. 쉽게 풀리지 않을 때 잠시 내려 둔다고 해서 이제까지 했던 게 갑자기 사라지거나 하진 않는다. 오히려 잠시 내려놓은 동안 뜻밖의 행운(serendipity)이 찾아와 내게 미소 지을 수도 있다.


처음에 보기엔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작하는 순간 도전이 된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중요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높이다. 차원이 다른 곳으로 점프하는 게 성장이다. '고수'와 '프로'의 차원으로 점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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