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날'은 대한민국의 법정기념일이며, 매년 5월 20일입니다. 2007년 '재한(在韓) 외국인처우기본법'에 의해,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하여 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에 제정 기념식을 갖고, 2008년 5월 20일부터 제1회 세계인의 날이 시행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인의 날이 5월 20일로 정해진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본래 UN에서 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을 기념하는 5월 21일로 계획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5월 21일이 이미 법정기념일인 '부부의 날'로 지정돼 있어서 5월 20일이 '세계인의 날'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가 얼마나 되길래 이렇게 '세계인의 날'까지 제정했을까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그림 1-1>과 같습니다.
<그림 1-1, 국내 체류 외국인 수, 출처:법무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2021년에는 20% 이상 줄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서 국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그림 1-2>에서처럼 5%에 달합니다.
<그림 1-2, 국내 총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 출처:법무부>
상시 거주 외국인 수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서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봅니다. 사전적 의미의 ‘다문화사회’란 민족이나 인종, 문화적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사회로 한 국가나 사회 속에 여러 다른 생활양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가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근로자 수의 증가에 있습니다. 국내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과 3D업종 기피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자 1993년 '산업연수제도', 2004년 ‘외국인고용허가제’, 2007년 ‘방문취업제’ 등과 같은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런 정책의 결과로 많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비롯해 중국 및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외국 국적 동포들이 외국인 근로자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농업과 제조업 공장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산업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만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코로나 19 시절, 외국인 근로자가 없어서 과수원의 사과를 따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진,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됐으며, 2026년부터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향후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예상돼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농촌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농촌의 남성들은 여성이 부족하여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말부터 농어촌 총각들과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급증했으며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2000년대 이후 공부나 사업을 위해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요즘 대학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나 사업을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해외 생활을 하다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서 한국에 들어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됐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다문화가구는 415,584 가구이며, 가구 구성원은 총 1,191,768명에 달합니다. 주목해야 할 수치는 다문화가구의 출생아 수가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이미 5%를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향후 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시작하면 대한민국 사회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세계인의 날'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기억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찾을것도 없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록 피부색이 다르고 의사소통이 조금 불편하다고 할지라도 바로 내 이웃에 사는 다문화 가정부터 똑같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5월 20일은 대한민국 법정기념일인 '세계인의 날'입니다. 잊지 말고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