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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Jun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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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뿌리는 기억을 양분 삼아 빈 열매를 가지 끝에 둔다

피부에 생식 욕구가 방울 맺어 최초의 발생을 자극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수분은 실리콘처럼 딱딱하다

아프리카에서부터 극지방까지 발로 옮긴 각자의 생은 마찰 없이는 기분 좋지 않았고 

천으로 묶은 집단의 폭력은 송곳니의 무지 따위보다 훨씬 날카롭다 

나는 누워서 빛을 보고 반전을 기다리며 짧은 잠을 바라지만 

벽 너머의 누군가는 하늘에 짓눌려 다른 증명서를 발급받길 기다린다

잠옷 바지주머니에 구겨진 번호표가 언제 불려질지 알고 꿈의 터널을 지나 미리 출발할 채비를 한다 

버리는 것은 쓰이는 것, 쓰이는 것은 채워지는 것, 비워지는 것에 쓰이는 것, 그러므로 채워지는 것

콘크리트 자연 안에서 보호받아 무기력하게 연장되는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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