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맥에 흐르는 전부

by 양희수

산탄 하는 총구를 타고 흐르다 보면 하나 필요 없는 게 없는 전부다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다 도착한 방아쇠는 결정한 무엇을 말한다기보다

대장과 소장, 심장과 폐 혹은 두개골을 박살내고 뇌를 관통했을 때 나는 소리보다

우리는 왜 거기 있었으며 왜 그를 향했을까

그는 왜 늙었으며 왜 태어났을까


결국 흙으로 흘러 모래에 덮일 피보다

새 혹은 경찰의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보다

안치실에 피살된 시체와 판사 앞에 선 죄인보다

우리는 왜 총을 챙겼으며 거기까지 도달했을까

그는 왜 살았으며 왜 재판받을까


전부는 산탄 하지만 태엽을 거꾸로 돌리다 보면

다시 어머니의 뱃속으로 아버지의 성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수맥이 흐르는 땅 위에 지은 집

우주에 사는 귀신도 사라져 가다 보면

헷갈리지 않아서 조금 괜찮아지지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