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자는 아니지만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정당화시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기억은 생각보다 또렷하지 못하다. 몇몇 기억들은 아주 쉽게 꺼내어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불과 1년 전 오늘만 하더라도 기록을 찾아보지 못하면 기억하기 힘들다. 10년 전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고요한 방에 앉아서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그렇기에 다음 현재의 기억을 위해 현재의 나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살아간다는 게 불확실한 변인의 무한한 조합이지만 어차피 기억하지 못할 지금의 감정보다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미래를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또 기억은 언제나 수정될 수 있으며 만족스러운 현재가 있다면 비교적 쓰디쓴 기억들을 덜 곱씹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