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구원의 일상
연구원으로써 살아가는 삶은 여느 직장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적정 시간에 출근해서 적정시간에 퇴근하는... 그저 그런 월급쟁이의 삶이다. 순수과학 쪽 연구소다보니 다른 여타 연구소보다야 업무적인 면에서 스트레스는 적을지도 모르지만 문서작업에 치이고 실적에 치이는 건 동일하다. 그나마 위한이라면 연구의 팔할은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때는 멋모르고 우주론을 하고 싶다고 하고, 멋진 수학공식을 풀어쓰며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고 싶었다. 노벨물리학상을 따야했고, 한국 과학계의 수장이 되고 세계 과학계를 리드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노년에는 해외 빈민을 돕기위해 뛰어들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과학은, 연구의 과정은 어찌보면 수양과 비슷하다. 포기하는 삶에 대해 배워간다. 내 한계를 끊임없이 부딪히고 난 안된다는 걸 깨달아간다. 난 수학적인 사고가 부족한 사람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는 이미 누군가 해 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주 조그마한 부분, 다른 사람이 '아'라고 쓴 걸 '어'라고 고쳐쓸만한 여지가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는 거다.
이제는 더이상 우주론을 꿈꾸지 않는다. 한국과학계의 수장, 세계 과학계의 리더와 같은 것보다는 그저 내가 하고 있는 매우 작은 분야에서 동 분야를 연구하는 세네명의 과학자들과 떨어지지 않게 대화하고 협업하며 알아가는 것에서 기쁨을 찾아간다. 내 앞에 관측된 태양의 영상을 해석하는데 단순한 수학모델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연구를 하며 국민의 세금으로 부족하지 않게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며칠전 논문 심사 리포트를 받았다. 심사자는 이러이러한 것을 고치라고 이야기하는데 난 전혀 수긍을 못하겠다. 며칠 동안이나 '심사자가 모르는거야!'라고 떵떵거리다 다시 푹 숙이고 여지없이 내 논문파일을 덕지덕지 수정하고 있다. 과학은, 연구의 과정은 인격수양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