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

최고가 되기 위해 일하진 말자

by 양군의 북스택

여느날과 같게 몸이 지친 날에는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며 시간을 잊는다. 문득 만화가가 작성한 한 글에서 '천재와 마주했을 때 천재를 이기는 법'이라며 꾸준히 달리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 쓰기를 시작한다.


나는 과학자다. 어느 곳보다도 과학은 천재가 눈에 띄는 분야고 천재가 전체를 독식하는 사회다. 나와 경쟁자는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 있다. 나와 동 분야를 연구하는 각 나라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은 정말 천재들이다. 일부는 나보다 이미 수십년 전에 같은 길을 달려간 사람이고, 일부는 나와 동년배의, 하지만 군대와 한국의 느린 학위 수여 시스템 덕분에 5년 이상 일찍 내가 갈 길을 간 사람들이다. 심지어 나의 지도교수님도, 나와 동 분야를 하는 천재인데다 과학하는 것을 즐기고, 내 길을 30년은 먼저 간 선배다.


경쟁심에 발버둥치며 달릴 때도 있고 지금도 그럴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내가 발견한 사실을 먼저 보고할까봐 매일 밤 랩탑을 붙들고 논문을 쓴다. 그런데 난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난 과학하는 행위가 너무 재미있다.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신나고 그걸 논문으로 작성하는 것이 재미있다.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일이 재미있고 내가 원하는 관측 타겟 (태양)을 찍기위해 기기를 만드는 행위가 재미있다. 내 아이디어들을 공유할 때 너무 재미있다. 가끔은 경쟁심에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비밀무기를 내어놓지 않는다. 논문을 출판한 후 그 결과를 보여주면 내 크레딧이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나와 경쟁하는 사람들에게 내 결과를 있는 그대로 펼쳐보인다. 그들이 나보다 천재이긴 하나 그들도 인간인지라 본인들이 하는 것 외에는 손대기 쉽지 않다. 결국 본인 것 외에는 손댈 능력이 되지 않는다. 나의 논리를 펴 나갈 때 많은 경우 그 천재들에 의해 반박 당하고 설득당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모아 내 이야기가 더 단단해지고 내가 성장할 수 있다. 천재는 경쟁해서 이겨야하는 상대가 아니라 도움 받을 수 있는 우산 같은 존재다.


다시 그 달리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천재는 앞서 나갈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뛰는 사람은 그 사람 뒤에서 도움을 받으며 뛸 수 있다. 천재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다. 물론 그 천재의 노력에 대한 크레딧을 주고 인정하며 같이 달린다. 그 만화가의 이야기와는 달리 내 생각에 내 앞서간 천재들은 길의 중간에서 주저하거나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난 내 일이 재미있어서, 최고가 되지 못해도 그저 내 만족 정도로만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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