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 몇달 전 전자책으로 구매해 놓은 '사이언스 이즈 컬처'를 집어들고 어제, 들어가는 글을 읽었다. 로버트 R. 윌슨의 한 일화가 써 있었다.
인류가 돌투성이인 달 표면을 걷기 2년 전에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입자가속기를 왜 건설해야 하는가를 국회에서 설명하는 자리에서 페르미 연구소장이었던 로버트 윌슨은 이렇게 말했다.'이 사업은 미국인 상호간의 존중, 인간의 존엄성, 문화에 대한 사랑 등과 관련이 있을 뿐입니다. 또한 우리는 좋은 화가인가, 훌륭한 조각가인가, 뛰어난 시인인가 등의 의문과 관련이 있을 뿐입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미국인이 진정으로 존중하고 수호하려는 모든 것과 관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국방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며 그저 이 나라를 지킬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들과 직결되어 있을 뿐입니다.'
애국심은 이러한 곳에서 오는 것이다. 나라가 정의로울 때, 나라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때 그러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민족주의에서 불러 일으키려 하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서 찾으려하는 노력이 보인다. 민족주의에서 애국심을 가져오다보니 난민에 대해 배타적이고 조선족에 대해 경멸의 언어를 쓰게 된다. 태극기부대는 이러한 이유로 태어나고 유지되고 있다.
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 땅에 존재해야하나? 우리가 차라리 미국의 속주면 어떨까? 현재보다 정치적 청렴도도 나아질 것이고 약자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친중보다 친미에 가까운 건 미국이라는 나라가 최소한 우리보다 인간 존엄에 대한 배려가 더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유럽 국가들을 동경하는 건 거기선 인간이 인간답게 대접받을 수 있어서 아닐까. (물론 모든 제도는 완전할 수 없고 그 사이에서도 문제와 갈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우리가 지킬만한, 우리가 갖고 싶을만한 나라를 만들어야한다. 시골의 작은 어린아이까지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고, 인간에 대한 존엄이 지켜지고, 그 존엄에 기반한 예술과 과학이 가득한 나라. 그런 나라라면 살고싶지 않을까.
순수과학 분야는 정부출연 연구비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한 분야다. 연구비를 얻기위해 연구제안서를 작성할 때 연구의 목표와 파급효과, 경제적 이득까지 고려해서 작성해야한다. 그러다보니 한국이라는 나라는 '태양, 우주환경'을 연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태양폭발(태양 플레어 현상이 맞다)이 일어나면 지구에 정전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야한다. 1990년 캐나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언급해야 하고 슈퍼플레어 현상을 언급해야하고 최근의 온난화 현상과 (어쩌면!) 태양의 활동이 연관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를 써야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쓸 때마다 마음 속이 항상 찜찜한 건, 정전사태는 시스템이 개선되어서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고, 슈퍼태양폭발은 1000년에 한번 일어날까말까한 '가능성'이 있으며 지구온난화와는 거의 관련이 없지만 관련이 있다면 네다섯번째 인자 쯤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정말 지구재난과 태양의 연관성이 궁금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순수한 의도의 과학연구가 존중받는 나라다. 내가 '태양이 궁금해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물질은 어떻게 분출되는지, 태양의 소규모 태양폭발 현상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지구에서 소용돌이가 치듯이 태양에서도 소용돌이 치며 제트가 올라갈지, 충격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코로나는 왜 뜨거워지는지, 우리가 왜 이 세상에 살고 있는지, 인류의 과거와 미래가 어떠하고 어떠할건지를 알고 싶어서 연구하고자 합니다.'라고 해도 연구를 인정해줄 때, 우리가 지킬만한 가치가 있고 애국심 가득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