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대전으로 이주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한 집을 계약했다. 서울에 살면서 대전집을 알아보려니 주말에 하루 내려와 집을 보고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본 집의 인상은 옆집들이 좀 붙어있고 앞집도 좁은 길로 붙어있지만 '조용하다'는 거였다. 집 대각선 방향으로 식당이 있어도 조용했다. 하지만 아뿔싸! 살면서 보니 주말에만 조용한 동네였다. 주중에는 어찌나 식당에 사람이 많은지! 게다가 건물간 거리가 가깝고 방음이 될 나무도 전혀 없어 무척이나 시끄럽다.
학부와 대학원을 전부 신림동, 대학동을 전전하며 살았는데 녹두거리는 시끌벅적 했지만 그 주변의 모든 길들은 매우 조용했다. 나무가 있었고 사람들도 조용조용 속삭이며 지나가던 생각이 난다. 한번은 반지하 월세방에 살았는데 앞에 사람들이 지나가며 소곤소곤하며 이야기하던게 창문으로 들려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은 참 조용하게 다녔다.
부모님 댁에 가기 위해 의정부를 지날 때마다 '어떻게나 이렇게 더러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북이 쌓인 쓰레기, 아무데나 뱉는 침들, 담배꽁초.... 정말 그런 곳에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사온 곳이 딱 그런 분위기다. 원룸의 학생들은 분리수거란 없이 쓰레기를 내놓고 담배꽁초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쌓인다. 2층의 집에 담배냄새가 얼마나 많이 올라오는지... 옆 식당 아저씨는 왜 우리집 아래서 담배를 필까? 그리고 왜 담배꽁초를 그 자리에 버릴까. 한번은 '2층에서 담배냄새가 너무 납니다'라고 항의했지만 집의 옆쪽에서 앞쪽으로 잠시 장소를 바꾸어폈다. 물론 몇주 후 제자리로 돌아갔다.
가래뱉는 소리가 길이 쩌렁쩌렁 울리게 난다. 난 사람이 가래를 저렇게 많이 뱉는다는 걸 몰랐다. 서울보다 공기가 나을 것 같은데 정말 구역질이 나올것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겨울에는 그나마 문을 닫고 사니 괜찮았다. 여름이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살아야 하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심지어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런 소리가 날 때 정말 너무 힘들다. 주변 대학의 학생들이 우리 골목에 많이 사는데 할 이야기들을 왜 방에 안들어가서 하고 여기서 하는 걸까? 그리고 왜 그리 소리가 클까...
쓰레기도 한마디 해야겠다. 집 앞에 아무리 분리수거를 해놓아도 원룸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우리집 앞에 버린다. 그리고 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월요일과 목요일 수거를 해간다고 해서 모아서 내어놓아도 안치워가는게 다반사다. 구청에도 항의를 했지만 '제대로 했다'고 답변을 달았다.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없고 각 집마다 쓰레기통을 내놓아야 하는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잘못된 게 맞는데 구청분들은 고치려 하지 않는다. 외교부에서 일했던 와이프 말로는 청와대 신문고가 최고라는데 그렇게까지 하기엔 너무 치사하지 않나 싶어 거기까진 실행하지 않았다.
동네는 너무나 좋았다. 새로이 생긴 동네지만 오래된 동네라 길도 제멋대로 나있고 좁고 밀린다. 동네가 느리게 움직이는만큼 자잘한 재미가 있었다.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모를만한 동네 식당, 동네 뒷산, 동네 도서관. 특히 동네 떡볶이집이 몇 있는데 그 맛이 제각각이라 와이프와 여기저기 먹었던 기억이 있다. 트렌드를 따라 자잘한 식당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 우리집 근처 술먹는 집들 근처의 환경이 너무 나빴고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다.
이사를 가기로 했다. 전셋집을 구하다가 지쳐서 아파트 구매 계약을 했다. 동네는 깨끗하다. 점심식사하는 식당들이나 있고 저녁에 술마시는 가게들은 없는, 8시면 동네는 조용한 곳이다. 집 뒷쪽엔 부유한 큰 집들이 있고 조금 멀리 가면 백화점이 들어온다. 멀긴 하지만 엑스포공원에 산책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바로 앞이라 매일 버스를 갈아타며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나 좋다. 주상복합 아파트라 큰 도로가라서 문은 열지 못할 것 같지만 깨끗한 동네가 맘에 든다.
시원섭섭하다. 더이상 가래 뱉는 소리, 담배냄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건 많이 기쁜데 자잘한 동네의 기쁨을 잃은 느낌이다. 동네에 살고 싶어 동네 부동산에 들러 집이란 집은 다 본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전세 보러 갔던 집에 사시는 분들도 만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결정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면서 아름답게만 기억하고 추억하며 아쉬워하는데 비슷하지 않을까. 나중에 이 동네에서 살면서 느꼈던 마음힘든 것들은 잊고 '아, 거기 식당 아줌마가 해주시던 밥이 맛있었지. 그 순대국밥 또 먹고 싶네'라며 기억할 것이다. 우리 첫 신혼집 신성동, 이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