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마더스 데이가 건네는 응원
미국에서는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마더스 데이, 6월 둘째 주 일요일을 파더스 데이로 기념한다. 이날에는 거리나 교회, 상점에서 만난 모르는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Happy Mother’s Day!”, “Happy Father’s Day!”라고 인사를 건넨다.
여름방학 직후에 찾아오는 파더스 데이와 달리, 마더스 데이는 학기 중이라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카드를 쓰고, 색종이 꽃다발을 접고, 엄마를 주제로 작은 책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 집으로 가져온다. 마더스 데이로 이어지는 일주일 간의 하굣길은 마치 ‘마더스 주간’ 같이 느껴진다.
구겨질까 조심조심 안아 든 선물을 건네며, “짜잔!” 하고 외치는 아이들의 눈빛은 주는 기쁨과 설렘으로 반짝인다. 삐뚤빼뚤 써 내려간 손편지와 다소 과장된 ‘the world best mom!’ 문구에 나는 웃으며 울고. 지나치게 감동받은 나를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두 아이로 인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한국에선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살다 샬럿에 와 ‘하우스 메이커(aka. 가정주부)’라는 이름으로 산지 1년 4개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양과 질이 늘었지만, 엄마라는 타이틀엔 방학도 휴가도 없기에 지치고 부족함을 느낀 날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마더스 데이에 받는 감사와 인정은 더없이 특별했다.
당일에는 주방 출입 금지령이 내려졌다.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집을 꾸미고, 작은 손으로 차린 음식을 같이 먹었다. 그 하루는 작은 축제 같았다. 이런 하루가 지나면, ‘그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생일이 존재 자체를 축하하는 날이라면, 마더스 데이는 지난 1년간의 수고를 인정받는 날이다. ‘당신이 우리를 위했던 그 노고를 알고 감사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힘이 세고 따뜻한 메시지로 충전되는 날.
미국의 마더스 데이는 한국의 어버이날과 달리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우리 집은 엄마의 날엔 아빠가, 아빠의 날엔 엄마가 주도해 작은 파티를 열었다. 덕분에 의미 있는 선물도 주고받고, 배우자로부터도 서로의 수고를 인정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의 어버이날은 부모를 동시에 기념하다 보니 어린 자녀를 돌보는 부모는 종종 축하의 자리를 놓치곤 한다. 대상을 좁히니 오히려 더 풍성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내년 봄, 다시 한국으로 그리고 워킹맘으로 돌아가기 전 아이들과 후회 없이 시간을 보내려 노력 중이다. 경험하고 알아갈수록 엄마로 살아가는 일, ‘육아’라는 미션이 더욱 특별하게, 또한 어렵게 느껴진다. 처음 가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 - 기쁨과 성취, 실수와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길을 더듬더듬 그러나 씩씩하게 헤쳐나가면서 아이와 함께 우리도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마더스 데이에 아이가 만든 샐러드와 케이크, 손 편지를 받아 들며, 그 어떤 직업적 성취도 줄 수 없던 충만함과 감사도 맛보았다.
2024년 나의 최애도서로 선정된(!) M.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저자는 “사랑은 희생이 아니라 자기 확장이고 충만함”이라 했다.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사랑이고, 육아는 고되지만 동시에 내게 주어진 소명이고 축복이라 고백할 수밖에. 그들을 사랑하기에 나도 성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마더스 데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날이다.
미국 생활을 십분 즐기고 있는 첫째가 한국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K-급식. 한국의 완벽한 급식밥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만은 듬뿍 담긴 엄마표 도시락 싸러… 오늘도 나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