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 Labor Day

롱위켄드와 신뢰의 경제

by 양지

“해피 롱위켄드~” 9월 첫째 주 월요일, 노동절(Labor Day)을 포함한 긴 주말의 인사말이다. 바비큐 냄새와 퍼레이드 음악, 대규모 세일, 그리고 여름의 끝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가득한 연휴. 우리 가족도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자전거를 타고, 이웃 동네인 매튜스의 자랑, Matthews Alive 축제에 가서 공연과 간식을 즐기며 여름의 마지막 에너지를 만끽했다.


축제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펀넬케이크, 솜사탕과 레모네이드를 파는 노점, 불빛 반짝이는 carnival rides가 어른과 아이 모두의 얼굴에 설렘을 번지게 했다. 특히 그날 밤 헤드라이너였던 Bon Jovi 트리뷰트 밴드 ‘Don Jovi!’의 무대에서 “쿵쿵, It’s my life~~~♪”가 울려 퍼지자, 잔디밭에 앉아 있던 가족들이 떼창을 하고 아이들은 흥겨운 리듬에 맞춰 헤드뱅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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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s Alive 축제의 이모저모. 곳곳 사랑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Copyright ⓒ 2025 yangji All rights reserved.


미국에서는 보통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노동절까지가 본격적인 여름 시즌으로 여겨진다. 길고 긴 여름방학과 함께 바비큐, 캠핑, 해변 나들이, 수영장 개장 등 활기찬 여름 활동이 집중되는 기간이다. 그 길었던 여름의 마지막 축제, 노동절 연휴는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여름에게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날이라 할 수 있겠다.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 업적을 기리는 의미를 가지지만 ‘노동하지 않는 날’인 것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질 정도인 전 국민을 위한 법정 공휴일. 작년 샬럿 시내에서 노동절 퍼레이드 때 본 'America works best when Americans work' 피켓 문구처럼 노동자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자부심 있는 메시지와 함께 노동자의 날을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이다. 한국의 근로자의 날(5월 1일)은 여전히 법정 공휴일이 아니어서 모두가 쉴 수 있는 날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사회 초년생 시절 깃발을 들고나갔던 조금은 무거웠던 분위기의 광화문 노동절 행진이 떠오르며 미국의 그것과 닮은 듯 다르게 느껴졌다.


샬럿에서 보낸 이번 노동절을 통해 미국식 고용 문화도 곱씹어 보았다.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의 표정 뒤에는 ‘at-will employment’라는 법적 원칙이 자리한다. 해고와 이직이 자유로운 만큼 기회도 열려 있지만, 성과와 책임, 신뢰가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여전히 재택근무가 꽤 흔한 미국의 “어디서 일하든 맡은 일을 끝내면 된다”는 태도, 룰보다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 그리고 추천과 네트워크가 강하게 작동하는 구직 시장은, 공정 채용과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한국에서의 경험과 많이 달라서 놀라웠다.


이 차이는 여성들의 임신, 출산, 육아 후 커리어 복귀에서도 드러난다. 샬럿에서 만난 지인들은 아이들을 ‘축복’이라 부르며 홈스쿨링을 하다가도, 적절한 시기가 되면 다시 전공을 살리거나 새로운 공부로 경로를 바꿔 사회로 나간다. 파트타임, 프리랜서, 하이브리드 근무를 거쳐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계단식 흐름, 교회나 PTA, 지역 커뮤니티, 링크드인을 통한 입사 제안들. 내가 만난 제한된 사람들 사례에 근거한 좁은 이해일 수 있고, 실제로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기회가 살아 움직인다”는 감각은 확실했다. 통계상 미국 25~54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77% 이상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취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기에, 그 차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한국의 노동절이 나에게 '연대, 안전, 공정, 목소리' 같은 권리의 언어를 가르쳐 주었다면 미국의 노동절은 일 문화의 언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쉬는 법, 나누는 법, 신뢰를 전제로 한 일의 리듬.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나는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며 내 문장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란 무엇일까. 삶을 가능하게 하고, 책임지게 하는 기술. 동료를 믿는 마음과 태도, 일한 만큼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는 노력.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신뢰하고, 쉬는 날엔 잘 쉴 것. 그것이 내가 배운 미국식 노동절의 기술이다. 늦여름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연휴 내내 우리를 기분 좋게 감싸 주었고 노동절 '롱위켄드' 덕에 2025년의 여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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