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가이드 Aug 08. 2022

동문시장

제주 관광의 1번지 동문재래시장은 먹거리를 즐기고, 선물을 고르고, 야시장을 구경하고, 제주의 라이프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지금 동문시장이 자리 잡은 터는 과거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건입포 주변인데 1928년 산지항 공사 때 출토된 유물을 근거로 탐라국 시절부터 이곳이 시장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오래된 점포부터 트렌디한 디저트 가게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여행객을 부르고 있는 동문시장은 한순간도 사람의 발길이 끊긴 적이 없다.

동문시장 호떡 포장마차 골목

나에게 동문시장은 수산물과 호떡, 그리고 떡볶이로 추억된다. 엄마 손 잡고 시장에 와서 갈치와 고등어 사는 걸 구경하며 아무리 지겨워도 집에 가는 길에 호떡 하나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얌전히 있을 수 있었던 추억. 예전부터 항구와 접해 있었기에 수산물의 유통이 원활했을 것이고, 신선한 수산물을 구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았을 것이다. 그 시절 생선을 손질하는 주인 할머니의 손길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박자에 맞춰 대가리를 자른다.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가른다. 능숙하게 내장을 빼내고 토막 낸다. 정확한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게 끝나면 검은 비닐봉지에 생선을 담아준다. 드디어 인내의 시간이 끝났다. 지겨운 장보기가 끝나면 마침내 호떡을 먹을 수 있었다. 뜨거운 호떡을 버터인지 마가린인지 모를 덩어리에 열심히 비벼 한 입 깨물어 먹으면 더 뜨거운 설탕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커 엄마를 떼어놓고 친구들과 다닐 수 있던 시절엔 떡볶이를 위해 동문시장을 드나들었다. 모닥치기 스타일의 떡볶이를 먹기 위해, 만두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주는 곳을 찾기 위해, 도꼭지, 참새방앗간, 사랑분식, 서울분식으로 이어지는 분식 골목을 서성거렸다. 지금은 사랑분식과 서울분식만 남아 있어 선택을 위한 고민이 가벼워졌다. 추억을 공감할 수 없는 여행자에게는 모닥치기가 어떤 맛으로 기억될까 궁금하다. 여전히 생선을 손질하는 풍경과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 있어 반갑지만 조금은 낯설어진 시장 풍경에 이곳을 조금씩 여행자에게 양보하고 있다.


나보다는 여행객에게 더 매력적인 가게가 많아지고, 제주도 사투리보다 전국 각지의 사투리가 많이 들리고, 저녁이 되면 야시장으로 변신하는 동문시장은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선물을 고르기 위해 감귤, 갈치, 고등어, 아기자기한 제주 소품을 구경할 수 있다. 진아 떡집에서 오메기떡을 맛볼 수 있고, 아베베 베이커리에서 크림 빵빵한 로컬 도넛을 먹을 수 있고, 자키커피에서 에스프레소와 수제 쿠키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쌓았던 추억 위에 많은 여행자의 추억이 새롭게 쌓이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시 원도심 골목골목 숨어 있는 공간(1).zi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