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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맨 Jan 02. 2024

미운 세 살, 유튜브를 끄게 만드는 주문

지금은 불편하지만, 언젠가는 추억이 될 어떤 놀이에 관해

연필아, 안녕?


다섯 살이 된 것을 축하해.

(요즘은 나이를 새는 방법이 바뀌어서 너의 나이는 또 '미운 세 살'이 되어버렸어, 유감이야)

11월에 태어난 너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 비해 개월 수는 적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어린이집에서 매일 보내오는 사진에서도 키가 가장 크고, 말도 쫑알쫑알 가장 잘한다고 하더구나.


요즘 너는 매일 아침잠에서 깨면 식탁에 앉아 유튜브(라고 쓰지만 너는 TV라고 불러)를 보기 시작해.

대체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좋아해서 그런지 자꾸만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생긴다고 말을 해.

하지만 너에게 장난감은 한 번에 하나씩만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이미 너의 손길을 기다리는 장난감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서 말이야.


며칠 전의 일이야.

아빠와 둘이 저녁 시간을 보내던 너는 유독 유튜브를 보고 싶다고 울었지.

울음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아빠는 유튜브를 틀어줄 수밖에 없었어.

울음을 막 그친 너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지.


연필아, 아빠는 너랑 같이 놀면서 너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

지금 당장 네가 유튜브를 보면 우리는 각자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아주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오늘은 기억에 하나도 남지 않을 것 같아.

아빠와 함께 놀면서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면 좋겠어.


잠시 생각에 잠긴 너는 유튜브를 끄고 아빠에게 달려와 병원 놀이를 하자고 졸랐단다.

하지만 미안해, 아빠는 금방 지쳐서 안방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어.

아빠도 새해에는 조금 더 건강해질게.


지난 한 해는 어떻냐는 물음에 너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라고 말했어.

아마 아빠의 입버릇 같던 말을 배웠기 때문이겠지?

네가 말했던 것처럼 새해에는 엄마랑 아빠랑 셋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이제는 매일 아침 아빠와 유치원을 가야 해.

매일 아침 아빠와 함께 하는 등원길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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