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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맨 Dec 23. 2022

거래처가 용역사를 워킹파트너라고 불렀다

과업지시서가 아닌 과업내용서

2022년 12월 6일 의정부가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문화도시사업은 문체부에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시민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을 시민이 직접 문화적으로 만들어가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9년 발촉 한 의정부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문화도시사업을 추진했다. 비록 2020년 예비도시 선정은 불발됐지만, 2021년 예비도시로 지정되었. 그리고 결국 2022년에는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3명의 직원이 옹기종기 앉아 있던 (당시) 문화도시 TF팀과의 인연은 2019년 거버넌스포럼의 디자인 용역을 맡게 되면서 시작됐다. 전화로만 업무를 주고받다가 담당자를 대면했던 건 해가 지난 후였다. 예술의전당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대뜸 내게 '잘하는 게 뭐냐'라고 물었다. 당시 프로덕션과 회사를 법인으로 합친 후라 우리의 강점은 영상 제작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평소 관심이 있던 콘텐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또 다른 용역을 맡게 됐다. 연간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들 따라다니면서 영상과 사진으로 아카이빙 하는 작업이 그것이었다.


일이 점점 커졌다. 2021년에는 <청년 크리에이터> 영상 PD분야 멘토를 맡게 되었고, 시민들의 모임을 지원하는 <333쌀롱>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하게 됐다. 마이크를 잡고 시민 분들 앞에 설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문화도시 사업에서 의정부문화재단은 나를 '워킹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용역사라고 소개해야 적확한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워킹파트너의 어감이 좋아서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워킹, 파트너. 사실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였는데, 듣기 좋았다. 처음에는 조금 내뱉기 쑥스러워서 몇 번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는데 입에도 착착 감기는 찰진 맛이 있는 단어였다. 그렇게 워킹파트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3년간 의정부를 가로지르고, 횡단하며 지냈다. 그리고 마침내 의정부가 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사실 문화도시에 선정된 것은 내가 아니라 의정부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격려와 축하 인사를 받았다. 나는 다만 계약한 용역을 했을 뿐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어쩌면 정말 수고한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면 많은 분들께서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건 호칭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워킹파트너.


처음 의정부문화재단과 계약을 했을 때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계약서에는 '과업지시서'가 아니라 '과업내용 서'라고 적혀 있었다. 최근에는 행정에서도 파트너십을 지향하기 때문에 과업내용서라고 표기한다며 담당자가 웃으셨다. 말의 힘은 강했다. 확실히 지시받는 것보다는 파트너십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 달성을 하기 위해 협력하면서 과업을 수행했다. 조금 부족한 것은 기다리고 인내해 주었고, 반대로 잘하는 것은 인정하고 격려해 주었다. 문화도시와 함께한 지난 4년은 어쩌면 나를 성장하게 해 주었고, 파트너십에 관해, 일과 관계에 관해 많은 물음과 깨달음을 던져주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가 조금 길었다. 지난 4년 그리고 앞으로 5년, 그리고 문화도시 사업이 종료가 된 이후에 의정부는 어떻게 도시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또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 매거진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선은 지난 4년간 문화도시 의정부를 통해 만난 사람,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마무리되다 보면, 의정부는 본격적인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쓰일 글들은 문화도시 의정부를 경험하며 기획자이자 참여자로 때로는 관찰자로서의 경험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 작은 경험의 파편들이 누군가에게는 의미읽게 읽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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