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와 물음표, 느낌표만 있는 편지를 보내며

눈빛이 깊은 당신에게

by 양맨

처음 너를 만나고, 다시 마주쳤을 때 반가웠어
이건 너무 많이 말해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너와 처음 밥을 먹은 날이 생각나
긴 패딩을 입고 함께 밥을 먹고, 맥주를 마셨지
좀처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너도 얌전히 있더라


사는 동네까지 바래다준다고 묻었는데, 흔쾌히 응했을 때도 반가웠어
마침 그곳은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였거든


처음부터 그랬어
꼭 어디선가 마주친 것 같은 사람, 그냥 이유 없이 반가운 사람
나에게 너는 그런 사람이었어
지금도 그렇고


너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알아가며, 나도 조금씩 변하고 있어
너에게도 보이니?


좀처럼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던 내가 조금 다정해졌어
일을 시작하면서는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는데,
요즘은 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식사하자고 연락도 해


예전에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어

지치거나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기로 꽤 유명했거든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하지
사람들이 반가워하며 기꺼이 도와주더라
그리고 외려 나를 걱정해 줘
건강 잘 챙기라고


너에게 말했었나?
연말에는 늘 버거웠어
올해는 특히 더 그랬어
다른 사람을 무대 위로 올리고, 나는 뒤에서 조명만 비추는 날들이 많았거든
가끔은 공황장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

시람이 많은 곳에서는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턱 막히기도 했어

아무 일 없는데, 그냥 여기에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무슨 일 있냐”라고 묻더라
그게 너무 불편했어


그런데 너를 만나면 편안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무엇도 요구하지 않으니까
무심하고 무뚝뚝한데 다정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고,
그냥 말없이 바라봐주는 것도 좋아
좋은 말로 나를 다독여주는 것도 고맙고
나에게 너는 그런 사람이야


아마 아주 힘들고 지쳤을 거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야 한다고 했잖아
무너질 뻔했던 나를 지탱해 준 건
겨울잠을 자던 너의 단단함 덕분이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이제는 내가 너를 돕고 싶어.
무엇으로부터든 해방되어 온전히 너 혼자일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너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좋겠어

너는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나를 지켜주고 지지해 준 너에게 반드시 보답할 거야


그러니 부디 편안하고 안전하자


많이 고맙고, 많이 좋아해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자
이건 내 부탁이야


그래서 이 글에는 마침표가 없어
쉼표와 물음표, 그리고 느낌표만 있단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