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여행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겠냐만은, 나는 당당하게 여행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여행을 가기도 하고.
혼자서도 계획 없이 떠나기도 하고.
여행을 생각하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나에게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현실을 살게 한다.
여행은 왜 내 인생의 원동력이 될까.
출퇴근도 없고 일할 필요도 없으니까-라는 외부적인 이유 말고.
내 삶을 반짝이게 하는 진짜 이유가 어떤 걸지 생각해 보았다.
[낯선 공간이 주는 새로운 감정]
낯선 사람. 낯선 장소. 낯선 것들은 우리에게 조금의 당혹감과 함께 낯선 감정을 가져다준다.
그 감정이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여행에서의 낯선 감정은 긍정적일 때가 대부분이다.
일상에서의 기다림은 짜증이 될 때가 많지만 여행의 기다림은 설렘이 돼 곤 하고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여유가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조금 더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걸까?
여행에서의 우리는 조금 더 너그러운 기분으로 감정을 대하게 된다.
[감정을 휘젓는 순간들]
책이나 영화의 어느 장면이 내 감정을 강하게 휘저을 때가 있다.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슬프거나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동적이거나
심장이 아플 정도로 설레는 그런 순간.
꼭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이런 순간들은 여행의 풍경에서도 선물같이 찾아온다.
내 삶의 이런 순간들을 책으로 엮어낸다면 첫 페이지에 넣고 싶은 장면이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새벽의 어느 날.
즉흥적으로 떠난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던 그날의 선선한 바람.
조금은 습하고 무거운 공기.
시간의 흐름에 맞춰 사라져 가는 어둠.
그 어둠 사이 햇살이 눈동자로 스며들면서, 풍경이 사진처럼 찰칵, 찍혔다.
사실 별거 아닌 어떤 날일 뿐이었는데 벅차오른 감정이 진하게 묻어있어서일까.
그때의 사진을 지금도 지친 순간 꺼내보곤 한다.
물론 일상에서도 이런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책은 여행에서의 페이지들을 더 많이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유명한 여행작가의 책 제목처럼.
여행 대신 사랑을 넣어도 말이 되는 문장들이 있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여행하고 사랑하고
사랑을 배우려고 사랑하고
여행을 잘하려고 여행하고
순간을 사랑하고 순간을 여행하는 그런 삶.
나는 이 문장들로 문단을 만들고 결국에는 책으로 엮어내고야 마는, 그런 삶을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바라기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여행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2023.02.20 제주 서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