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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2. 2018

전세계의 여혐

2016년 7월 9일

한국의 여혐, 심하다. 그래서 해외 선진국에 자주 비교된다(그리고 심하지 않다는 이들은 무슬림 사회에 비해서 얼마나 나은가를 말한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은 여성들에게 지상 천국인가?     


그럴 리가.     

해외에 30년 가까이 살면서 주위에서 끊임없이 보고 듣는다. 여자라서 미팅에서 의견 무시당하고(대신 똑같은 의견을 남자 동료가 반복해서 말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받고), 직장 동료/상사가 같이 자자고 작업 걸다가 거절하면 직장에서 불이익 주고, 스탠퍼드 다니는 성폭행범이라고 6개월 받고 끝나고, 무려 물건 사러 갈 때도 남편이 같이 가면 대접이 달라진다. 내가 거절하면 ‘아니 니가 뭘 몰라서 그런데..’란 식으로 말하던 세일즈맨도 남편이 거절하면 아 네, 하고 짜진다.


내 인생 선택에서 축복이라면 컴퓨터 쪽으로 들어왔다는 것. 물론 실리콘 밸리의 성차별 얘기 있고 심한 곳도 있긴 한데, (낮은 레벨 기술직인) 내 경험으로는 그럭저럭 청정구역이었다. 여혐/차별이 거의 쇼킹한 레벨인 투자은행이나 펀드 회사에서도 (한국 최고 여혐 레벨에 필적한다) 테크 쪽은 훠어어어얼씬 덜했다. 그리고 내가 만난 한국인 개발자분들도, 한국의 진성 여혐러에 비할 수 없이 괜찮은 분들이 많았다(정말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민 생활 20년 동안 생긴 한국 남자들에 대한 아아아아주 부정적인 선입견이 한국 공대 남자 분들 몇 분 만나면서 많이 없어졌고, 두 번째로 아주 많이 변한 건 최근에 페이스북 와서.).

당연히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던 분이 “그래도 한국에서 여자들은 좀 게으르고 의존적인 게 사실이죠” 란 말해서 입이 딱 벌어진 적 있었고, 아주 최근 커리어 고민도 상담해주고 챗도 하면서 어느 정도 정들었던, 미국에서 꽤 오래 살며 좋은 공대 다니는 남자분이 결국 내 글에 “외국 남자에게 대주는 한국년” 댓글 쓰는 걸 보기도 했다.     


어쨌든.     

최근에 여혐에 관한 글이 두 개 보여서 올린다. 그 중 하나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다가 나온 남자의 이야기인데, 글도 대단하지만 댓글의 포스가 굉장했다.     


Sexism is a MEN's problem, not a women's. Men invented it, men profit from it, men perpetuate it, and only men can end it... Sexism is toxic not just to women but to the men who practice it, the men who tolerate it, and the culture as a whole. It doesn't matter if you personally find it repugnant if you tolerate it. It is endemic, systemic, deliberate, and deadly. Destroys our culture and any possible trust between and men and women.     
“섹시즘은 여자들이 당면한 과제가 아니라 남자들의 문제다. 남자들이 만들었고, 남자들이 그로 인해 이득을 보고, 남자들이 지속시키는 이 사상은 남자들만이 없앨 수 있다. 여혐은 여자에게만 피해 가는 독이 아니라 그 사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남자에게도, 그것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남자에게도, 그리고 사회 전체 문화에도 독이다. 당신이 개인적으로 여혐에 반대한다고 해도 저항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것은 고질적이고, 고의적이고, 온 시스템에 녹아들어 치명적이다. 우리 사회의 문화와 남녀 간의 신뢰를 박살 낸다.” 


– 발번역. 원댓글의 리듬은 살리지 못했음 ㅜㅜ     



시간 내서 아래 두 글 읽어보기를 권한다.     

http://www.nytimes.com/2016/07/10/opinion/sunday/how-wall-street-bro-talk-keeps-women-down.html

http://nymag.com/thecut/2016/07/heres-what-ad-world-sexism-is-really-like.html


한국이 헬조선이라서 여혐이 심한 게 아니라 나름 선진국이라는 곳도 별다를 게 없다. 가난이 창궐해서, 취업이 힘들어서, 결혼하기가 힘들어서 갑자기 여혐이 생긴 게 아니다. 돈과 권력이 넘치는 곳에 모인, 교육 잘 받고 아쉬운 것 하나 없는 월스트리트의 남자들도 극악의 여혐을 하고, 글래머러스하고 능력 있는 여자들이 충분히 넘쳐나는 듯한 광고업계에서도 여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흔하다(두 번째 글 참조). 살기 힘든 데서는 또 그 나름대로의 여혐 버전이 있다. 살기 좋아진다고 없어지지 않고 여자들이 교육 잘 받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여혐이 있는 이유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그로서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든 여혐으로 약자에게 성질 풀어도 괜찮고, 안 할 이유가 없고, 해도 주위에서 뭐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혐 반대 한마디 거든다. 목소리 하나라도 더하면 조금이라도 도움 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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